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긴급한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김덕호 교수의 설명과 함께 망설이지 말고 응급실에 향해야 하는 상황을 알아보자.
1. 칼에 베이는 듯한 복통
가슴과 복부에서 시작된 갑작스러운 통증이 등 쪽으로 퍼지며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대동맥 박리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식은땀이 나고 혈압이 떨어지며 쇼크로 이어질 수 있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김 교수는 "위·십이지장 궤양 환자가 명치 부위에 타는 듯한 통증이나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생기다가 복부 전체로 퍼지며 허리를 펴기 어려운 형태의 심한 통증으로 바뀔 때도 응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위나 장이 뚫려서 생긴 천공성 통증일 수 있다.
2. 구토·설사 반복하며 몸이 처질 때
하루 5~6회 이상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며 몸이 처지고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혀가 말라 있다면 탈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응급실에 가서 수액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구토물에 선홍색 피가 덩어리 채 나오는 경우에도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는 지나친 구토로 인한 식도의 손상일 수 있으며, 위궤양 환자는 궤양 부위 출혈일 수 있고, 간경변 환자는 식도정맥류가 터졌을 가능성이 있다.
단, 구토물에 살짝 피가 묻어나는 정도는 응급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3. 상처 부위가 무감각하게 느껴질 때
상처를 지혈했는데도 30분 이상 출혈이 계속되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뼈를 다치지 않았는데 외상을 입은 부위가 잘 움직여지지 않거나, 환부의 감각이 비정상적이면 신경을 다친 것이므로 응급 상황이다.
이런 문제가 없으면 상처가 깊거나 녹슨 칼로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응급 상황은 아니다. 파상풍 접종과 상처 봉합은 24시간 이내에 하면 된다.
4. 30분 이상 지속되는 흉통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계속되거나, 5분 간격으로 2~3회 이상 반복되면 심혈관질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김 교수는 "특히, 가슴 정중앙부터 왼쪽 부위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나 가슴을 강타 당해 짓눌리는 압박감, 숨쉬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5. '이웃손발시선'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갑자기 휘청거리거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경우, 말이 안 나오고 더듬거리거나, 한쪽 눈이 잘 안보이고 흐릿한 경우, 한쪽 팔다리의 감각 이상이나 평소보다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는 뇌졸중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이 살짝 나타났다가 좋아져도 반드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며 "증상이 가볍게 잠깐 지나가는 '미니 뇌졸중'인데, 본격적인 뇌졸중이 곧 닥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골든타임 내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뇌졸중 식별법인 '이웃손발시선'을 개발했다.
이웃손발시선은'이웃: 이~ 하고 웃을 수 있는지(안면 마비)','손: 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편측 마비)','발: 발음이 명확한지(발음 장애)','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지(시력 장애)'를 확인해 뇌졸중의 초기 증상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이상하다면 즉시 병원이나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6. 아이가 어른 약을 삼켰을 때
아이가 어른의 고혈압약이나 천식약 등을 주워 먹으면 응급 상황이다. 이런 약은 아이에게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건전지를 삼켜도 즉시 응급실에 데려와야 한다"며 "수은건전지가 식도와 장에 붙으면 부식을 일으켜 수 시간 내에 식도 천공을 유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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