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기업⓶-한국전력] 적자경영 늪에 기업 핀셋 요금 인상 논란까지 ‘첩첩산중’

[위기의 공기업⓶-한국전력] 적자경영 늪에 기업 핀셋 요금 인상 논란까지 ‘첩첩산중’

소비자경제신문 2024-11-05 10:19:57 신고

3줄요약

[소비자경제] 김형민 기자 = (소비자경제신문=김형민 기자)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의 경영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누적 적자만 41조 원대를 찍으며 재정 적신호가 켜진 데다, 이를 만회하고자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기업계 전기요금 인상마저 ‘기업 죽이기’ 비판에 휩싸이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부동산까지 처분하며 적자 타개에 나섰지만, 피폐해진 재정구조를 정상궤도로 올려놓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제 정세 불안에 유가와 원화가치가 요동치는 등 외부 악재까지 겹쳐 재정 부실을 털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나아가 한전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직원 음주운전, 상급자 갑질 등 내부 기강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신뢰도마저 추락한 상태다.

한국전력 나주본사 (사진 원 안은 김동철 한전 사장)
한국전력 나주본사 (사진 원 안은 김동철 한전 사장)

누적 적자 털어내려 꺼내든 요금 인상안, 기업 원성만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년 6개월 사이에 쌓인 적자는 41조 원 규모다. 특히 이 기간 한전의 부채는 약 203조 원으로, 천문학적 적자에 하루 이자만 122억 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한전은 2022년부터 6회에 걸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음에도 재정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기업에 국한해 전기요금 인상(중소기업 5.2%, 대기업 10.2%)에 나섰지만, 이 또한 대기업 기준 연 부담액이 4조 원으로 추정되면서 한전은 최근 기업계 볼멘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민생을 의식해 주택용, 소상공용 전기요금을 동결시킨 한전 방침은 기업들에게만 ‘청구서’를 들이민 편파적 조치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정부 주도로 산업용 전기요금(을)이 kWh당 10.6원 인상된 데 이어, 지난 10월 전기료 인상 정부 발표에서도 일반용 전기료는 동결된 반면 산업용 전기료(갑·을)는 재차 인상됐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인플레이션 지속과 금리 고공행진에 압박을 받는 서민경제를 의식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다만 한전이 적자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선 주택용을 포함한 전방위적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소비자경제> 와 통화에서 “10월 정부 (전기요금 인상) 발표로 한전의 연간 예상 순익이 4조7000억 규모라는데, 그래봐야 한전의 1년치 이자 상환액에 불과하다”며 “산업용 전기료만 인상하는 것은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 점진적으로라도 일반용까지 같이 동반 인상해서 (개인과 기업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후장대 업종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도 본지에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기업들에게만 한전 적자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과한 조치다. 전기료가 오르면 제조원가도 올라 산업용 인상 일변도로 가면 기업들은 고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편함에 꽂힌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연합뉴스)
우편함에 꽂힌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연합뉴스)

성과급 잔치에 면피용 정부 보고까지? 
한전과 그 자회사들은 수년째 거대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직원 성과급에는 아낌이 없었다. 지난 국감에서 드러난 한전과 11개 자회사의 2017~2021년 성과급 지급 총액은 2조4868억 원에 달한다. 

한전 직원들의 기강 해이도 문제시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 상반기 직원 징계처분 건수가 총 81건으로, 32개 공기업 징계건수(317건)의 25.5%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징계 누적 건수도 680건에 달한다. 여기엔 음주운전, 부하직원 괴롭힘 등 악질적 사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감에서 “한전 직원이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는 물론 법원에서 벌금을 많게는 1200만 원까지 처분 받았다”며 “부하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도 있지만 징계 수준은 솜방망이 처벌로 원스트라크 아웃제도 확대 등 강력한 근절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의 ‘적자경영 탈출’ 의지에 의구심이 짙게 깔리는 대목도 엄존한다. 한전은 지난 8월 기재부에 2024~202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제출하며 향후 5년 동안 부동산 처분 등 고강도 자구책을 펴 15조 원가량의 자본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한전 토지의 경우 영업용에 재평가 대상인 만큼 매각되더라도 재무관리계획 목표를 채우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전은 자사 토지에 공시지가 현실화율(74.7%)을 적용했을 시 1만1840개 필지를 처분하면 7조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여야 정치권은 지난 국감에서 한전의 이같은 재무 플랜은 현실성이 없다며 ‘국감 면피용’이라고 일갈했다.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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