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골드바 구매 금지"·영동군 "필요할 경우 후속 조치"
관련 법·지침 등 규제할 근거 없어 무리한 대응시 논란 예상
(옥천·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의 지역화폐인 '향수OK카드'와 영동군의 '레인보우 영동페이'는 지난 9월부터 사용액의 20%를 캐시백으로 적립해준다.
집중호우 피해를 봐 특별재난지역이 되면서 행정안전부 지원을 받아 종전 10%였던 캐시백을 2배 늘린 것이다.
한 달 충전 가능액도 옥천군은 70만원, 영동군은 100만원으로 제법 높게 설정됐다.
이후 지역화폐 발행은 급격히 늘어 9월 한 달간 향수OK카드 85억원과 레인보우 영동페이 30억원이 충전됐다.
이 돈 대부분은 골목상권에 흘러들어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일부는 '금테크'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화폐로 금은방에서 골드바 등을 사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옥천·영동군은 거주지에 상관 없이 지역화폐(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20% 저렴하게 금을 사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옥천군의 한 금은방 주인은 5일 "금값이 오르면서 지역화폐로 금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심심찮게 들어온다"며 "대부분 투자용으로 가공 안 된 골드바를 찾는 문의"라고 말했다.
지역화폐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금테크에 사용될 우려를 보이자 옥천군은 지난 4일 향수OK카드를 통한 골드바 구매를 금지했다.
금은방 등에 이를 알리는 공문을 보내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옥천군 관계자는 "높은 캐시백을 활용해 골드바를 구입한 뒤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행위는 불법 환전과 다를 바 없다"며 "부정거래가 의심되는 금은방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모호하다. 무턱대고 불법으로 몰다가는 소송 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현행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옥천·영동군의 조례는 사행이나 유흥업종, 중소형 마트(대규모 점포) 등의 가맹점 등록을 막아 놨을 뿐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골목상권 보호 강화를 위해 추가로 내놓은 지침도 연매출 30억원 초과시 가맹점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게 전부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가 법이나 지침으로 지역화폐를 이용한 골드바 구입을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높은 캐시백이 금테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해당 지자체가 조례나 규칙을 통해 이를 제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바 구매를 막은 옥천군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영동군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후속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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