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하루에 90%는 골프장 관련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말쑥한 차림을 한 김양옥(67) 타미우스 골프앤빌리지 회장에게서는 어딘가 모를 기품이 느껴졌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명문 골프장 타미우스CC를 경영하는 그는 골프장처럼 자신의 건강 관리도 철저히 하는 듯 보였다.
국내 최고 권위의 남자시니어 내셔널타이틀 대회 매일 셀렉스배 제29회 한국시니어오픈골프선수권(우승자 미나미자키 지로)이 막 내린 1일 제주 타미우스CC 클럽하우스에서 김양옥 회장을 만났다. 그는 “골프장에 거의 올인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발로 뛰는 오너 마인드
타미우스CC는 김종덕 등 정상급 시니어 선수들도 인정하는 코스를 갖췄다. 김 회장은 “해발 650~680m에 있고 오름이 어우러진 마운틴 코스는 4번 홀 티박스에서 비양도까지 보이는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힐링 코스를 조성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코스와 코스 간 이동길은 삼나무, 측백나무, 소나무 등이 꽉 차 있다. 김 회장은 “페어웨이 잔디는 벤트그래스다. 8월에 상상 이상의 폭염으로 잔디가 손상이 입어 당황했지만 씨앗, 모래, 파종, 인건비 등 엄청난 투자를 해 대회까지 최고의 잔디 컨디션을 유지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명함은 많다. 굵직한 이력들을 갖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출생인 그는 제3·4대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장, 제주 지역신문 제민일보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주식회사 서진주택건설 회장이면서 한국자유총연맹 제주도지부 회장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두지만 내심 지역 사회, 주민과 함께하는 걸 목표로 삼아왔다”며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해왔다. 그렇게 줄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만 해도 제겐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분명 회장실에만 앉아 있는 근엄한 회장은 아니다. 사업 인생 40여 년에 달하는 그는 “재산을 축적해 부자로 살아온 건 아니다. 벙커에서 삽질도 하고 예초기도 잡는 등 육체적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골프장 일을 15년간 해왔던 그는 “골프장 경영, 코스 관리 등을 일본에 있던 시절에 많이 배웠다. 말이 오너이지 코스관리부장도 된다”고 웃었다.
사업은 커다란 리스크도 따르는 법이다. 김 회장은 8~9년 전 골프장이 법정 관리를 받았던 약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꼽았다. 그는 “회원권 반환 문제로 혼이 났다. 전국 골프장 중 70~80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대기업 운영 골프장 아닌 곳들은 거의 다 허우적거렸다. 사람들은 회원권 가진 골프장들을 물어뜯듯이 했다. 그 과정에서 제 명예도 많이 실추됐다. 골프장 사업으로 제일 크게 자존심을 상해봤다. 인생의 반환점이었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고민했고 녹초가 됐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골프장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까진 1년에 30억~40억 수준으로 적자를 냈다. 십수 년 동안 300억~400억 원 이상 적자를 냈는데도 견뎌왔다. 그런데 골프장 법정관리 땐 정말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성숙한 고객 문화 기대
김 회장은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 서비스업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됐다. 서비스업 특성상 민원은 있게 마련이지만, 민원을 거는 방식은 목소리 톤도 낮추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객 중에는 프런트에서 감정 조절을 못 하고 거칠게 고함 지르는 분들이 있다. 그 때문에 못 견디고 퇴사한 직원들도 있다. 고객 중심 경영은 맞는 말이지만 고객들도 합리적이고 순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골프 자체가 매너 스포츠인데 스스로 본연의 매너는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 골퍼분들이 더 성숙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제주도민들의 자세 또한 그러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제주도민 중에 외지 사람들을 무뚝뚝하게 대하는 분들이 있다. 일부 택시 기사님들은 손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밤에 술 먹고 난동 부리는 사람조차 별로 없더라”며 “자연 경관을 넘어 제주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되는 보물섬이 돼야 한다. 행정적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고 도민들이 조금 더 친절해지는 등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멀리 내다보며 캄보디아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와 1000만 평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2단계 진행 과정이고 본 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계약이 성사되면 리조트, 풀빌라, 아파트, 카지노 등이 있는 큰 도시를 건설하게 된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김 회장에게 행복에 관해 물었다. 불철주야 뛰는 그의 인생 동력이 궁금했다. 그러자 “돈은 행복의 전제 조건이 되지 않는다. 돈을 벌었다고 해서 달라질 게 하나도 없더라. 저 자신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직원들이 오전에 노래 부르면서 출근하는 그런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는 게 저에겐 큰 행복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힐링 섬 제주도 출신으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빼어난 경관의 골프장을 경영하는 ‘회장님’의 철학 또한 그만큼 대단히 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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