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은 문화전쟁"…소수인종·청년층 투표율이 승패 가른다

"美대선은 문화전쟁"…소수인종·청년층 투표율이 승패 가른다

이데일리 2024-11-05 05: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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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된 경제, 여성 임신중지권(낙태), 불법이민자 추방(이민)은 모두 유권자의 불안한 심리를 다룬 일종의 ‘문화전쟁’이다.”

미국 대선 일정[그래픽=김일환 기자]


◇관세·이민·낙태 문제는 美 문화 전쟁

박홍민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맞붙는 이번 미국 대선을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으로 초박빙 판세 속 벌어지는 문화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정책 대결이 아닌, 각 진영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차이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선거의 쟁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을 강조하며 꺼내 든 ‘관세’ 이슈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미국선 관세 문제를 경제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겉으론 경제문제로 보이지만, 속으론 중국을 싫어하는 ‘반중정서’가 깔린 문화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중국만 콕 집어서 관세를 늘리면 문제가 되니깐 모든 국가에 10% 관세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미국 내 경제연구소를 비롯해 공화당도 관세 후폭풍을 모를 리 없기에 정책 반영으로 이어지긴 힘들겠지만, 인플레(물가 상승)와 경기에 불안감이 큰 유권자의 심리를 노린 레토릭(수사학)”이라고 설명했다.

박홍민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이민 정책도 마찬가지다. 해리스는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는 존재”라고 한 반면 트럼프는 “불법이민자를 대규모 추방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불법이민자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백인 외에 다른 인종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듯한 위협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불법이민자를 단속하는 게 일자리 문제에서 느끼는 부당함을 해소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인종차별을 금기하라는 교육을 받아왔지만,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노골적으로 이야기해 과거 제조업이 번성했던 러스트벨트 지역의 백인 유권자층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낙태 문제도 문화 이슈로 꼽았다. 박 교수는 “미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면 연방법으로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여성의 자유와 생명권을 둘러싼 가치 충돌이 표심을 가르게 됐다”고 말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선거 유세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위)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네바다주 선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초박빙’ 美 대선…차악 선택·정당 양극화 강화

대선 때마다 핵심 변수로 거론된 투표율은 이번에도 승부처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경합주에서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에 유리하고, 투표율이 떨어지면 공화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수인종과 청년층의 선택이 차기 미국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백인들의 투표율은 애초 높기에 변수가 안 되고, 흑인과 히스패닉의 투표율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하다”며 “청년층도 투표하면 해리스에 유리, 트럼프엔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사전투표율로는 양당의 유불리를 논하긴 어렵다고 봤다. 3일 오전 6시(현지시간) 기준 미국 전체 사전투표자는 7500만명을 넘어섰다. 박 교수는 “코로나 이후 모든 사람이 사전투표를 경험했다”며 “공화당 측에서도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열기가 높은 상황으로 사전투표율이 특정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번 미 대선은 과거 선거와 비교해 ‘차악 선택’, ‘정당 양극화’ 양상은 더욱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특정 후보를 좋아해서 지지하는 비율보단 상대 후보가 지나치게 싫어서 선택하는 게 늘어난 분위기”라며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상대를 거짓 정보로 비방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초박빙 판세 속 ‘샤이(shy·수줍은) 트럼프’가 변수가 될 것이란 예측에 박 교수는 지난 대선처럼 큰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 개선에 있다. 박 교수는 “샤이트럼프는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보이긴 했다”면서도 “트럼프 여론조사 시 농촌에 살고 휴대전화 통한 여론조사에 익숙지 않은 유권자를 샘플에 집어넣는 게 비용이 많이 드는 조사 한계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여론조사 업체에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 등으로 기법을 개선해 지난 대선과 달리 샤이트럼프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충격과 반전의 美 대선…끝나도 불복·혼란 우려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선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변동성을 촉발할 수 밖에 없다. 박 교수는 해리스 당선 시 기대감으론 “다시 트럼프가 후보로 나오지 않아도 되는 점”을 들었으며, 우려 사항으론 “의회는 공화당이 이끌 가능성이 커 대통령으로서 별로 할 수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로 향후 미국 의회를 어느 당이 장악할지도 결정된다.

트럼프 당선 시엔 “공화당원들 입장에선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해리스 지지자들 입장에선 미국이 망해가는 것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미 대통령 당선은 우리나라 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을 분명 요구할 것”이라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축소 문제는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공화당에서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공화당 후보가 두 차례 암살 시도에 직면하고,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민주당 후보가 교체되는 등 극적이었던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패배 후 2021년 의사당 습격사건처럼 정치적 폭력 사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 교수는 “트럼프가 진다면 부정선거 때문으로, 불복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에 선거 이후에도 혼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 내 분열은 세계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박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과거 세계 리더 역할을 안하려는, 양당 모두 고립주의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 균형과 평화 측면에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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