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슬, 온지음 디자인실
전시에 선보인 ‘삼발이’는 고구려고분 벽화를 살펴보다 발견한 디테일에서 시작됐다. 삼발이(소형 입식 상)를 보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무엇인가
‘저 매력적인 가구는 뭐지?’ 고구려로 돌아가서 고구려 디자이너로서 저 가구를 디자인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벽화 중 삼발이는 여러 사각 가구들 사이에 그려져 있었다. 다리가 세 개라는 개성뿐 아니라 바닥 면과 닿는 부분의 형상이 인상적이고, 소담하고 안정적인 비율로 느껴졌다.
이를 주제로 한 조사 중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을 공유해 준다면
‘갑옷은 철갑보다 피(가죽)갑. 철보다 가벼운 가죽에 옻칠을 하면 화살촉과 총알이 뚫고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다.’ 소재와 마감을 탐구하던 중 〈숙종실록〉에서 발견한 내용이다. 당시 왕실에서 ‘옻’과 ‘가죽’ 장인을 세분화하며 향유했다는 기록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 실마리를 붙잡고 가죽에 옻칠을 해 마감한 상판을 만들었다. 가죽 본연의 색상과 질감을 살리되 내구성과 기능성을 강화해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소재의 미감이 드러나도록 했다.
삼발이는 현대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적용될 수 있을까
주거공간 구획 중 여분의 자리에 배치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와 사이즈를 정했다. 현대공간의 정형화된 구조와 가구를 감안했을 때 삼발이가 지닌 세 개의 다리는 율동감과 개성을 선사할 것이고, 옻칠한 가죽 상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과 사용자를 닮아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낼 것이다.
관람자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형태의 피상적인 구현을 넘어 전통 계승 방식과 시대를 관통해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재와 마감, 형태의 구현 방법.
이번 작업을 통해 찾은 새로운 화두가 있다면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떳떳하고 변함없는 중용의 가치를 담아 형태를 구현하는 과정.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으면서도 손맛을 담을 수 있는 형태로 다리를 구현했다. 이 역시 중용의 가치 아닐까.
한국의 전통공간 디자인 요소 중 현대생활에 적용하기 좋은 것을 찾아본다면
자연스럽게 먹이 든 상태의 먹감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장식한 전통 가구처럼 재료의 특성을 대하는 한국식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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