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임기 내년 5월까지" 부칙 개정론도…시민단체·진보당은 9일 '퇴진총궐기'
與 "野, 이재명 유죄판결 전 선동…어떤 이름의 헌정 중단도 막을 것" 비판
헌법학자들 "임기연장 제한만 있어 가능" vs "입법 취지·헌법정신상 불가"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계승현 권희원 이미령 이율립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야권 내에서 '임기 단축 개헌론'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민주당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임기 단축 개헌 연대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최근 발족한 데 이어 4일에는 개혁적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개혁신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왔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난립하는 모습이다.
앞서 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에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준비모임 의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 2025년 5월까지로 조정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4일 통화에서 "헌법 부칙을 우선 개정해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며 "조기 퇴진을 이뤄낸 이후 4년 중임제 도입 등 전반적인 개헌 논의를 진행해 합의가 가능한 부분만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방법론은 갈리고 있지만, 야권 내에서는 임기 단축 개헌론에 대해 '윤 대통령 퇴진을 앞당길 수 있으면서도 탄핵보다 실현 가능성이 큰 카드'라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야권으로서는 현직 대통령을 또다시 한번 탄핵하느냐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되지 못하고 기각될 경우 야당으로서는 역풍에 처할 우려가 상당히 크지만, 임기 단축 개헌은 이런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여권 입장에서도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이 그나마 수용하기 쉽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금 추세대로 하락한다면 여권으로서도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87년 체제'를 종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민주당의 이런 흐름과 달리 임기 단축 개헌보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오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리는 '윤석열정권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사회 대개혁을 위한 첫 번째 퇴진 광장을 열어낼 것"이라며 "1차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와 촛불 행진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은 탄핵 주장은 물론 임기 단축 개헌론을 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리기 위한 헌정질서 중단 선동이자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아예 헌정을 중단시켜 버리려는 것"이라고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 중단이든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이 막겠다"고 말했다.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한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 사안은 헌법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법조문의 문리해석을 한 축으로, 입법 취지와 헌법정신을 다른 축으로 할 때 헌법 해석론의 문제가 대두된다.
현행 헌법은 헌정사적 경험에 비춰 장기 집권에 대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 규정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개헌을 하더라도 시간적, 인적 대상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이는 당시 국민의 '주권적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이번 임기 단축 개헌 추진이 현 대통령에게 적용되느냐,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임기 단축의 경우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일부 학자는 해당 규정의 반대 해석상 임기 단축 개헌은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임기에 관한 규정은)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임기 단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 128조 해석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엄격하게 해석하면 임기 단축에 관한 규정은 없으니까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의사로 받아들여야 되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조항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임기 단축 개헌 역시 개정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해당 헌법 조항 취지가 현 대통령의 장기집권·독재화를 막는 것뿐 아니라 개헌 당시 대통령의 임기를 함부로 바꿔서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측면도 있다"며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임기를 단축하는 것도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문제가 될 수 있기에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수도권 한 로스쿨의 헌법학 교수는 "헌법을 개정하면서 대통령 임기 단축 조항을 넣을 경우 개정 헌법을 언제 시행하느냐는 것도 부칙에 규정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르면 된다"면서도 "부칙은 헌법 개정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는 것인데, 부칙만 개정해서 현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자는 방안은 좀 이상하다"며 부칙을 통한 개헌 제안에 의문을 표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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