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거론하지 않는 데 대해 정치권 안팎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약점이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김 여사 즉시 대외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즉시 진행 ▲국정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뒤 한 대표가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한 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과와 쇄신 정도로는 국민 감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중요한 건 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거다. 국민의힘은 문제를 풀고 민생에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을 오늘 충분히 드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독소조항을 빼고 여야 합의로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오늘 제가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다. 그 정도 선으로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한 대표가 내놓은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에 충고한다. 김건희 특검은 필연”이라며 “지금까지 제기된 온갖 의혹들에 대해 진상을 철저하게 밝히고 투명하게 털어내는 것이 그나마 보수 전체의 궤멸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한 대표는 이제 결단하라. 국민 눈높이에 맞게 민심에 따라 김건희 특검에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한 대표의 요구안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저지른 그동안의 불법을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에 묻어주자는 말인가. 김 여사를 향해 쏟아진 논란과 의혹을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 설치로 수습하려는 대책은 그나마 정권 초에 있었어야 했다”며 “국민께서 또다시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 여당의 대표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여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 규명에 동참하라”라고 촉구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을 선조, 한 대표를 원균에 빗대 “의심병에 걸려서 사람 내치고 견제하는 선조도 욕먹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칠천량 해전에서 다 말아먹은 원균이 선조 욕을 하면서 면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칠천량 해전은 1597년(선조 30년) 임진왜란 당시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칠천량에서 일본 수군에 대패한 해전이다.
이 의원은 “총선 거하게 말아먹고 여기저기에 핑계대고 총구를 돌려본 들 유세뽕 맞아서 다 말아먹은 칠천량의 기억은 안 지워진다”며 “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싸움에 진 장수는 병법을 말하지 않는다)”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법무부장관 시절에는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대해서 입도 뻥긋 안 하다가 요즘 유체이탈로 신기한 이야기 하던데 목련이 피면 어쩐다 했던 이야기(김포 서울 편입), 3자특검 이야기(채상병 특검)나 잘 챙기시라”라며 “자꾸 정치하면서 공수표 남발해서 위기모면하고 식언하는 공짜 좋아하는 모습을 반복하면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소수여당의 패전지장은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는지나 입장 밝히시고 표결 때까지 사람 모으는지나 보자”며 “저와 개혁신당은 찬성. 그러면 남은 건 니 역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압박했다.
허은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내각 총사퇴 ▲대통령 직접 사과 ▲김건희 특검 즉각 실시 ▲임기단축 개헌 등 4가지를 촉구했다. 다만 “지금 민주당 특검안은 반대한다”며 “중립을 지키는 정당을 배제한 규칙을 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그간 제대로 된 입장조차 내지 못했다. 김건희 특검법을 받을 용기는 전혀 없다. 간만 보는 간동훈이 된 것”이라며 “이제 보수진영과 국민의힘도 택일해야 한다. 탄핵이냐 방탄이냐, 그것이 문제다. 김건희&윤석열 정권을 지키려다가는 같이 몰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한 대표와 국민의힘을 향해 “그나마 여당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는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한 대표는 말로만 민심민심 들먹이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민심은 조기퇴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 민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해답을 내놓아야 책임있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 직언했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에 동참하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약점이 잡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승부수는 김건희 특검인데 그 이야기를 쏙 빼놓은 것”이라며 “지금은 조언하는 수준이지만,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얘기하는 순간, 통과되는 상황으로 간다. 윤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게 되기 때문에 거기까지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여당 내에서도 지금은 특검을 안 받고는 도리가 없다는 것을 다 알 것”이라며 “누가 그 부분을 시작하느냐인데, 윤 대통령이 먼저 결단하면 윤 대통령 수명이 좀 더 길어지는 것이고, 아니면 한 대표가 하는 것인데, 한 대표도 안 하면 국민의힘은 그나마 설 땅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결별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재보궐 선거 이후 특별감찰관을 꺼내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김건희 특검법 카드를 꺼냈어야 한다. 이번에도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지고 통화 녹취 공개돼도 말하지 못하는 걸 보니 뭔가 약점이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평론가는 ‘배신자 프레임에 빠져들 우려’에 대해선 “민심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거나 약점이 잡혀 있는 것”이라며 “약점이 안 잡혀 있다면 지난번 전당대회 때 64%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으니 배신자 프레임을 걱정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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