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EU 외교수장 "한국이 '러 위협' 가장 잘 이해…우크라 지원 확대 독려"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연일 '동북아시아에도 위협'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장기화로 EU 회원국들의 무기 재고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방한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북한군의 파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상당히 확대(escalation)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자 유럽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안정도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확답 대신 "우리는 가능하면 군사원조를 포함해 모든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김용현 국방장관을 만난 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실존적 위협이며 대한민국은 이 점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있어 단결하고 있다"며 "나는 한국이 그것(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도록 독려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 당국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롤랑 호네캄프 EEAS 한일과 부과장은 당시 주벨기에대사관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북한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대하는 북러 협력이 어떻게 동북아에도 실제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고 중동 정세 역시 위기인 상황에서 이제는 동북아시아에서 잠재적 불안정함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앞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정황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연일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냈으나 '동북아 위협'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북한군 파병이 현실화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이상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EU 입장에서는 '인접국'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 등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우회 촉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EU 고위 당국자도 지난달 29일 연합뉴스 등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이미 '상당한 지원'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EU는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해 한국이 가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압박과 지원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 구상에 대한 질의에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양자 간 문제이기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파트너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EU는 환영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한국 정부는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 사실을 발표하면서 러북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무기 지원 가능성을 포함한 '단계적 대응'을 천명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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