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정맥 정보만으로 국내선 비행기 이용이 가능해지고 지문만으로 송금이 가능해지는 등 생체정보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의 지문, 얼굴, 홍채, 손바닥 정맥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한 개인정보인 생체정보는 안면인식을 이용한 출입 통제, 스마트폰 잠금 해제, 금융권의 본인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생체정보를 활용한 생체인식 산업 시장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생체인식 시스템 시장 규모는 올해 591억 달러(81조 5000여억 원)에서 2027년 829억 달러(114조 4000여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국내 생체인식 시스템 시장도 같은 기간 18억 달러(2조 4000여억 원)에서 33억 달러(4조 5000여억 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예측됐다.
암표 거래를 줄이기 위해 공연·스포츠 경기 입장권 판매에 생체인증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향후 생체정보 활용도가 확대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체정보는 변경이 불가하기에 이름·전화번호 등의 다른 개인정보에 비해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생성형 AI 시대, 생체인식 기술의 기회와 도전’ 보고서는 ‘멀티모달 생체 인증’과 ‘다중 요소 인증(비밀번호, 출입카드, 생체인식 등 다양한 범주의 인증 방식 활용)’으로 보안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분석해 생체 인식 기술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보안 취약점을 노출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단일 인증 방식으로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 행동, 목소리 등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생체정보가 명시된 조항이 없다. 현재 출입국관리법과 항공보안법에서는 ‘생체정보를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생체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시행령으로 민감정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 생체정보 수집을 차단하는 내용이 담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성남 중원)은 “최근 해킹 등 불법적인 접근을 통해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보유한 개인정보 78만여 건이 유출되는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국내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해외에 불법 판매하는 등의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생체정보는 신체적 특징에 대한 정보로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고 안면인식 기술은 딥페이크 범죄로 활용될 수도 있어 민간사업자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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