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 패션위크 다이어리 #3 | 마리끌레르

파리 | 패션위크 다이어리 #3 | 마리끌레르

마리끌레르 2024-11-04 17:40:45 신고

3줄요약

1 EYES WIDE OPEN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영감을 주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눈만 크게 뜨고 걷는다면! 디올의 단골 베뉴인 로댕 미술관에서 마주한 오귀스트 로댕의 청동상 ‘절망(Despair)’과 사마리텐 백화점 꼭대기 층에 마련된 <천상의 자수: 패션 문화 전시회>의 모습.

2 HOUSE-WARMING 루이 비통의 헤드 오피스라고 하면 누구나 궁극의 럭셔리를 기대하겠지만, 예상외로 소박하고 아늑한 공간이라는 말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뉴 컬렉션(기대해도 좋다)을 한발 앞서 보고 나오는 길에 툭 놓여 있던 피에르 폴랑의 아이보리색 암체어와 아기자기한 꽃꽂이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3 HELLO CUTIE! 생토노레가에 위치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 매장은 파리를 방문한 한국 에디터들에게는 참새의 방앗간(!) 같은 곳이다. 유명한 카페인 ‘카페 베를레(Café Verlet)’, 떠오르는 아시아 퀴진인 ‘노다이와(Nodaïwa)’, 그리고 발렌시아가의 생토노레 스토어로 구성된 완벽한 쇼핑·미식의 삼각지대 안에 위치한 데다, 너무나도 귀여운 퍼그를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잠꾸러기인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면 운이 무척이나 좋은 날. 대부분은 진열장 위 자신의 아지트에서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모습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4 FAR AWAY FROM ♥ 파리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쇼 베뉴는 언제나 에디터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관광객이나 개인 신분으로는 가보기 어려운 국유지나 사유지일 때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파리 패션위크의 전반부 일정 중 기억에 남는 곳은 로에베의 쇼가 열린 뱅센성(Château de Vincennes). 정교한 고딕건축 덕분에 과거 프랑스 왕들의 애정을 듬뿍 받은 곳이라고.

5 AT LAST 마냥 화려해 보이는 런웨이에도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서사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인 장면은 20년 전 인턴으로 첫발을 내디딘 끌로에에서 ‘마침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최고의 자리에 앉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기립 박수를 이끌어낸 셰미나 카말리(Chemena Kamali)의 피날레. 보헤미안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준 컬렉션도 훌륭했지만, 꾸밈없는 표정으로 뛰어나와 소녀처럼 벅찬 감정을 드러내던 그의 사랑스러움이야말로 모두의 마음 깊이 뉴 끌로에를 각인한 진실됨의 방증이 아닐는지.

6 BEHIND THE SCENE 쇼장 입구를 착각한 덕에 우연히 보게 된 릭 오웬스 쇼의 백스테이지. 매해 웅장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꾸미는 쇼지만, 무대 뒤편에서는 여느 쇼처럼 장난과 대화, 웃음이 오간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7 RAINY PARIS 체류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린 파리. 교통 체증도 증가하고, 때 이르게 핫팩을 꺼내야 할 정도의 추위까지 겹쳤지만 가벼운 비를 좋아하는 에디터에게는 그저 낭만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사진은 콩코르드 다리를 건너던 수십 번의 순간 중 어느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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