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입은 발렌시아 방문했다 진흙 맞은 스페인 국왕 부부

홍수 피해 입은 발렌시아 방문했다 진흙 맞은 스페인 국왕 부부

BBC News 코리아 2024-11-04 17:00:13 신고

3줄요약
홍수 피해를 입은 발렌시아 지역을 방문한 스페인 국왕에게 물건을 던지는 성난 시민들의 모습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부부가 최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발렌시아 지역을 방문했다 분노한 시위대로부터 진흙 등을 맞았다.

국왕 부부와 페드로 산체스 총리 및 정부 지도자들이 발렌시아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파이포르타 지역을 지나자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이 묻은 채로 시민을 위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번 홍수는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수십 년 역사상 최악의 홍수다. 생존자 및 시신을 찾고자 지하 주차장 및 터널 등에서는 여전히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홍수 피해에 대해 당국의 사전 경고 부족과 미흡한 지원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도보를 걸어가는 펠리페 6세 주위로 욕설과 비명을 지르는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경호원과 경찰들이 갑자기 압도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홍수 피해 시민들을 만나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Getty Images
홍수 피해를 입은 발렌시아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분노한 주민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이들이 국왕 부부를 보호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동안 일부 시위대는 진흙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국왕은 몇몇 시위대와는 직접 이야기하며 심지어 끌어안기도 했다.

현장을 담은 사진 속 국왕과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이 묻어 있으며, 떠나는 국왕 부부 주위로 우산을 들고 있는 측근들 또한 마찬가지다.

발렌시아를 방문해 눈물을 흘리는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 또한 국왕 부부와 동행했으나, 분위기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면서 이내 자리를 떴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산체스 총리에게 시민들이 물건을 던졌다고 보도했으며, BBC가 확인한 영상 속에는 산체스 총리를 태우고 떠나는 차량으로 돌을 던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총리가 떠나고 시민들은 “산체스는 어디 있냐”며 소리쳤다.

‘파우’라는 이름의 소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는 아직 16살밖에 안 됐다”고 호소했다.

“우리는 (서로를) 돕고 있는데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저들은 우리가 죽도록 내버려뒀다. 우리는 사업체, 집, 꿈 등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시민 경비대와 기마 장교들이 성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모습이 목격됐다.

국왕 부부와 그 일행은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은 발렌시아 내 또 다른 지역인 치바 또한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이는 연기됐다.

한편 펠리페 6세는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영상을 올리며 시위대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노한 시위대
Getty Images
지금까지 파이포르타 지역에서 보고된 사망자는 60명 이상이다

마리벨 알바랏 파이포르타 시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폭력 사태에 충격받긴 했으나, “주민들의 좌절과 절망”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발렌시아 의회의 후안 보르데 의원은 국왕 부부의 방문은 “매우 나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보르데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은 “그 어떠한 경고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화가 난 것도 당연하다. 왜 이렇게 급하게 이번 방문이 이뤄졌는지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산체스 총리는 해당 지역에 대한 군인, 경찰, 시민 경비대 1만 명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산체스 총리는 전시를 제외하면 스페인 내 최대 규모의 인력 배치라면서도 이러한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여러 문제와 부족한 점”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홍수는 지난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 이후 시작됐다. 불어난 물로 교량이 빠르게 붕괴하고 여러 지역이 진흙으로 뒤덮였다.

많은 마을이 외부로부터 단절돼 물, 식량, 전기 등의 필수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흙으로 뒤덮인 거리
Getty Images
자원봉사자들은 대걸레, 양동이, 빗자루를 들고 홍수 피해가 특히 심한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3일,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217명으로 늘어났으며, 실종자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대부분이 지중해 연안의 발렌시아 지역에서 보고됐다.

일부 지역은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왕 부부가 방문했던 파이포르타 지역에서는 사망자가 최소 62명에 달한다.

스페인 기상청(AEMET)은 지난 3일 알씨라, 쿠예라, 간디아 등 발렌시아 남부 일부 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보를 발령했다.

이 지역에 또 다른 폭풍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AEMET는 지난 29일 덮친 폭풍과 같은 규모는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강우량은 90mm 정도로 예상했다.

추가 보도: 미미 스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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