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스타트업·에너지 안보 분야 전방위적 협력 필요"
[포인트경제]
“한·일 경제협력은 양국이 신산업에 대한 글로벌 표준 설정을 포함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것”
한·일 재계가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협력, 수소-암모니아 산업 등 청정에너지 분야 협력 등 양국 간 경제협력을 전방위적으로 강화, 국가 차원에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경제안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4일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은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빌딩에서 일본 국제문화회관(International House of Japan)과 함께 ‘한·일 경제협력’ 컨퍼런스를 열었다.
한·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경제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과 윤덕민 前 주일대사를 비롯해 이한주 뉴베리 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미야자와 겐 야후재팬 전무이사,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교수 등 양국의 스타트업, 벤처, 지정학 및 경제분야의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개회사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최근 두 달간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1년 내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높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컨퍼런스는 스타트업과 경제안보에서의 협력이 양국간 어떤 상호보완성이 있는지, 이를 어떻게 실질적 성과로 만들어 낼 지, 나아가 지속가능한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최 측인 일본 국제문화회관 제임스 콘도 회장 또한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인 가운데, 한일 양국이 힘을 합치면 또 하나의 힘의 집단이 될 수 있다”며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모멘텀이 활발한 지금, 한일 재계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양국의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덕민 前 주일대사는 “북한 핵무장과 중국의 부상,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국제 정세의 변화 등 한일 양국이 공통으로 마주한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한일 간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前 대사는 권위적인 독재 정권들이 부상하고 있고, 한일 양국이 번영과 평화를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던 자유무역질서 또한 상당 부분 후퇴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 유럽 중심인 G7(주요 7개국)을 한국과 호주가 참여함으로써 인도 태평양의 이슈들도 다룰 수 있는 G7으로 만드는 것이 일본에 있어서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에카와 나오유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사무소장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낮은 에너지 자급률, 마주한 지정학 리스크 등 한일 양국이 안고 있는 과제가 비슷하다”며 “일본과 한국은 VC(벤처캐피털)의 투자 금액이나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수, 그리고 유니콘의 수 등도 미국, 유럽, 중국, 인도에 비해 일본도 한국도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에카와 소장은 “두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연결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특히, 창업교육부터 인큐베이팅, 자금조달 및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비즈니스 모델의 전 단계에 걸친 협력 강화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이 양국에서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1세대 벤처 창업가이며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이한주 뉴베리 글로벌 대표이사 회장은 “한일 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협력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공동 연구 및 개발 프로젝트 증가, 스타트업 지원 및 접근성 확대, 글로벌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이벤트 및 포럼 개최, 공동 브랜드 및 플랫폼 개발하기 위한 한일 공동 투자 펀드 설립 등 한일 민간 및 정부 부문 간 공동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양국의 장점을 활용하여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는 “일본의 원천 기술과 부품은 세계적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이를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니즈가 크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를 테스트베드(testbed)로 활용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야자와 겐 일본 야후 재팬 전무이사는 “최근 10년간 일본의 스타트업 시장 규모는 약 10배 성장했고, 국가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 지원책을 다양하게 실시해왔지만 일본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성장하기 위해 일본 차원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며 “라인야후 통합 이후, 한일 직원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이런 유사한 모델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AI 분야는 한일이 공동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취급 등 매우 민감한 부문에서도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안보 협력 세션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현욱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지난해 3월, 12년 만에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되며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었고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양국 정상이 경제안보대화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이후 양국은 글로벌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서,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등의 공급망 안정, 핵심신흥기술 협력, 기술보호 공조 방안 등 다양한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국가 간 자원의 무기화, 공급망 분절화가 경제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리스크가 된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는 더 이상 분리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경제안보를 위한 다각적이고 전방위적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이 긴밀한 협력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며,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핵심신흥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공동의 협력 기반이 한층 공고히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카즈토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이 ‘미국의 지경학 정책 노선을 따름과 동시에 일본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과 전략적 불가결성(strategic indispensability)을 강화’ 하는데 맞추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스즈키 교수는 “타국에 대한 의존도가 국가안보의 위협이 되는 현 시대에 한일 양국이 수소, 암모니아, 원자력 등 에너지 안보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일본은 철강과 화학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산업이 발달했고,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요소인 청정수소와 암모니아의 저장과 운송, 연소 등을 위한 양국의 기술 협력과 비용절감을 위한 협력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불가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술경쟁 심화에 따라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신자유주의에서 적극적인 정부 개입 증가로 전환된 점을 주목하며, 에너지와 원자재 분야 안보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암모니아가 유망한 저탄소 연료이자 주요 수소 운반체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정 원장은 “단계적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암모니아 혼소(Co-firing) 기술 개발, 한일 수소 공동 수입을 통한 가격 협상력 및 비용 절감 등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가속화되어야 한다”며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암모니아 산업에서 국제 표준과 무역 규칙 등을 설정하는데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글로벌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1인당 에너지 소비량과 CO2 배출량이라는 세계 최상위권이면서도 에너지 보존량은 없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세계 최상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양국 모두 전력망, 천연가스망, 석유망이 고립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양국이 독립적인 에너지 공급 밸류체인을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협력을 통해 벨류체인을 공유하려는 작업이 우선 시작되어야 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를 수입하는 주요 경로로 사용되는 말라카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일 양국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견고한 경제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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