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 명에 천당·지옥" 금투세 폐지에 쓴웃음 짓는 동학개미들

"정치인 한 명에 천당·지옥" 금투세 폐지에 쓴웃음 짓는 동학개미들

르데스크 2024-11-04 16:42:19 신고

3줄요약

국내 주식 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논란이 약 10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초 '내년 금투세 시행'이라는 입장을 거두고 현 정부와 여당과 마찬가지로 금투세 폐지 쪽으로 방향키를 틀었다. 투자업계 안팎에선 불확실성 요인이던 금투세 폐지가 확실시된 만큼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잔뜩 들뜬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착잡한 기분을 숨기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투세 폐지가 주식 시장의 호재인 것인 많지만 시기적으로 이미 너무 늦어버린 탓에 이미 주가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각에선 정치인 한 사람 때문에 휘청이는 것 자체가 그만큼 한국 증시가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며 적잖이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와 주목된다.

 

민주당 금투세 폐지 입장 발표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불만 속출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달 4일 금투세 시행 여부 권한을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위임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당초 금투세는 2020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뒤 지난해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2년 여·야 재합의로 유예가 결정되면서 시행 시기가 2025년 1월로 변경됐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게 맞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려운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날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동의 소식에 국내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83%, 3.43%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0.69%)와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9.26%) 등도 모두 전일 대비 오름세를 보였다. 금투세 폐지 확정으로 증시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돼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들뜬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다소 격양된 반응이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이미 늦었다'며 분노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금투세 논쟁이 10개월 가량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투자자들의 종잣돈이 해외주식으로 넘어갔는데 이후 해외주식 상승세가 이어진 탓에 해외로 나간 투자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 평균 외환거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외환거래 증가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견인했다. 3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외환증권 결제액은 1747억달러(원화 약 239조원)로 2분기에 비해 37% 증가했다. 올해 들어 미국·일본·홍콩 등 세계 주요 증시는 모두 20% 가량 올랐다.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8% 가량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정반대 모습이다. 우량주라 불리는 주식들도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들어 한국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30일까지 약 15.4% 가량 하락하며 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20개국 주요 증시 가운데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 수익률 역시 -3.5%로 글로벌 지수 하락률 순위 4위를 기록했다. 

 

▲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 전경. ⓒ르데스크

 

직장인 현상범 씨(35·남)는 "월급을 모으는 속도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직장인에게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매일매일 끼니를 대충 때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매달 300만원을 가량을 국내 우량주에 넣고 있는데 죄다 마이너스다"고 한탄했다. 이어 "올해 내내 금투세 이슈가 시장의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웬만한 주가는 이미 떨어질 때로 다 떨어졌는데 이제 와서 폐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정치인 한 사람에 의해 요동치는 한국 증시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직장인 박한규 씨(41·남)는 "현재 은행에 재직하고 있어 우리사주와 개인 투자금까지 하면 억 단위가 넘어간다"며 "삼성, LG 계열사 등 코스피의 대표적인 우량주만 샀는데도 현재 죄다 마이너스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요인 하나로 이렇게나 흔들리는 취약한 증시가 과연 있나 모르겠다"며 "11월 재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금투세 폐지 의사를 밝힌 것도 시기상 석연치 않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역시 금투세 시행 자체가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인 것은 많지만 폐지 시기가 더 빨라야했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회의 금투세 관련 결정이 늦춰지면서 투자 불확실성 요인이 계속 잔존해 있었다"며 "그 결과 국내 투자자금이 대거 해외시장으로 이동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늘 발표된 금투세 폐지로 그동안 부진했던 지수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긴 했지만 이미 크게 하락한 국내 주가를 다시 올리기 위해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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