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에 발목잡힌 韓…"R&D·기술패권 다 놓칠라"

주 52시간에 발목잡힌 韓…"R&D·기술패권 다 놓칠라"

르데스크 2024-11-04 15:13:49 신고

3줄요약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핵심 산업들이 경쟁국들의 연구개발(R&D) 공세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 국가들은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반면 국내는 근로시간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근로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 더해 가전과 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 중인 산업의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 52시간이라는 경직된 근로시간을 유지할 경우 점차 치열해지는 글로벌 첨단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가 지난해 발표한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보다 0.9년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별 패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의 100점 대비 86점에 그쳤다. 유럽(90.9)과 일본(88.8)보다도 낮았다.


높은 기술력을 지닌 해외 주요국들의 공통점은 근로시간 유연성에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52시간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있는 사이에 경쟁국들은 연구 개발에 천문학적인 시간을 쏟고 있다. 실제로 해외 주요 선진국은 근로시간 규제에 더해 근로 유연성을 강화하는 제도도 함께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운영하지만, 연장근로 시간제한을 따로 두지 않고 추가 근로에 대해 최소 1.5배의 임금을 보장한다. 또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Exemption)' 제도를 통해 고위관리직, 전문직 등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한다.

 

▲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복지가 좋지만 일을 많이 안한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구글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은 업무 강도는 국내보다 높다. 사진은 최고 복지로 유명한 미국 구글 본사 내부 사진. [사진=구글]

 

미국 빅테크 대다수가 자율 근무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야근이 일상일 정도로 고강도 근무가 흔하다. 미국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나혜(38) 씨는 "미국 대기업에 들어가면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등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환상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그런 날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야근하는 날이 더 많고 한국 기업들보다 업무강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해고가 쉬운만큼 자신의 일에 책임감과 전문성을 가져야만 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회사에서 시키지 않더라도 남아서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대신 그만큼 보상이 파격적이라 아무도 불만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미국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본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연구개발자, 애널리스트 등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 근로자 중 연 1075만엔 이상의 고소득자는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시켜준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통해 주나 월 단위 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해 정하고, 근로시간 규제보다 더 많이 일한 경우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이를 추후에 수당으로 받거나 휴가로 쓸 수 있도록 유연화했다. 반도체 슈퍼을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또한 근로유연제를 자장 먼저 시행한 국가다.


신관호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진국 기업들이 꾸준히 혁신하는 배경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있다"며 "디지털 경제의 혁신 양상은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유연한 경제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경영계는 물론이고 일부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52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주52시간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는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뉴시스]

 

국내와 비슷하게 근로시간 제한을 두고 있는 중국도 사실상 근로유연제를 시행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IT업계에서는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 '996' 관행이 일상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발전에 중국이 사활을 걸면서 정부가 초과 근무를 용인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계에서도 R&D 등 일부 업종에 한해서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해야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기업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입법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화'를 세 번째로 중요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같이 근로 규제가 있다면 국내 기업들은 절대로 해외 기업들의 기술력을 잡을수 없다"며 "국내 기업들이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 제도와 근무 유연제 등 최적화된 근무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더 일하고 싶어 하는 근로자들을 위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탄력적인 노동정책을 펼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규제 완화와 탄력적인 노동정책, 규형 잡힌 노사 정책 등이 실현돼야 한국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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