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된 실적을 거뒀지만 이를 이끄는 조병규 행장의 연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 행장의 임기는 올해 연말로 만료된다. 이에 우리금융이 지난달 말 승계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조 행장의 연임이 주요 안건일 거란 추측이 나왔다.
조 행장이 그간 안정적인 성적을 이끈 걸로 평가되지만 횡령, 부적정대출 등 금융사고에 더해 기대했던 일부 사업 불발이 연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비공개 회동…“연임 논의 아냐”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임종룡 회장을 제외한 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날 이사진들이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추측했다. 올 연말로 조 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7곳의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우리금융의 임추위 의원들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어서다.
그러나 조 행장 연임 및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안건은 의결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회사의 주요 경영 안건에 대한 논의만 추진됐다는 얘기다.
임추위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에 대한 심사·추천에 관한 업무와 최고경영자 경영승계계획을 수립하고 변경·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자추위는 자회사 대표이상의 후보 심사 및 추천과 자회사 경영승계계획 등을 진행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9월 27일로 자추위를 개최했다. 이는 최소 임기만료 3개월 전으로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라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따른 조치다.
예년과 비슷한 3Q…리딩뱅크 ‘그림의 떡’
조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실적은 4대 시중은행 중 4위에 머물렀다. 개별로는 예년보단 소폭 개선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다만 지난 7월 ‘2024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조 행장이 주문한 리딩뱅크 달성은 결국 불발됐다. 당시 조 행장은 “지난 1월 선언한 당기순이익 1등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3분기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1120억원이며 신한은행은 1조493억원, 하나은행은 1조299억원이다. 우리은행만 1조원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올해 3분기 우리은행의 개별 당기순이익은 8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5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은 0.15%p 감소한 1.40%다.
우리은행의 총대출 잔액은 3분기 기준 34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기업대출 총잔액은 191조원으로 같은 기간 11.9%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잔액은 145조원으로 같은 기간 6.5% 늘었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으로 정책모기지와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잃어버린 신뢰…연임 변수 될지도
실적 외에도 사실상 조 행장의 연임을 막는 걸림돌은 따로 있다. 올해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데다 최근 기대감을 모았던 사업 및 정책이 무산되는 등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우리은행 경남 김해 지점 대리급 직원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18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드러났다. 당시 우리은행은 당시 여신조사를 했음에도 대출 관련 이상한 감지만 했을 뿐 횡령사고가 발생된 건 알지 못했다.
지난 8월에는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적정대출이 금융당국에 의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과 우리은행 조 행장 모두 해당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 회장은 지난 8월 긴급임원회의 메시지를 통해 “금년 초 문제를 인지하고 덮거나 비호함 없이 자체적으로 바로 잡아보고자 했으나 지금과 같이 상황이 확대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에는 우리은행의 한 영업점이 시행사의 경기지역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대금 대출과 관련한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하고 55억원 상당의 대출을 내준 사고가 공시됐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신규 기업대출 실적을 직원 핵심성과평가지표(KPI)에서 제외함으로써 기업대출도 축소한다. 조 행장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하던 ‘기업금융 명가로의 재건’ 약속과는 반대된 조치다.
이밖에도 우리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케이뱅크의 IPO 추진이 연기되면서 최대 200억원의 순익을 낼 수 있었던 기회마저 사라졌다. 케이뱅크는 내년 1월에 재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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