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윤경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나눈 녹음 파일 공개가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직접 사과와 쇄신 개각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거세게 번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자 침묵을 깨고 작심발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사과와 함께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 개각,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즉시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녹음 파일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것은 물론 공개 활동도 자제하며 숙고에 들어갔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통령실과 물밑으로 소통하기 위한 절차였다.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며 당정 엇박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심으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한 대표의 요청에도 대통령실의 전향적 입장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등 상황인식이나 문제해결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자 공개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 모두가 보고 있다.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서 한 대표가 발언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이번 사안의 경우엔 국민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했다. 녹음 파일 속 날짜가 대통령 취임 전으로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적용이 안 된다며 법리적 해명에만 치우친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한 대표는 또한 "국민들께서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명 씨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 여사를 향해 칼을 뽑은 후 3대 조치(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입장 표명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그간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 8명을 향해서 인적 쇄신을 요구해 왔지만 이번엔 대통령실 전면 개편은 물론 쇄신 개각까지 언급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며 향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여지를 남겨뒀다. 한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독소조항을 삭제한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오늘 여러 말씀을 드렸는데 그 정도 선"이라며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 4표의 이탈표가 나와 특검법 저지선인 8표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이 20여명인 만큼 한 대표의 결단에 따라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나서서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건 당정 공멸을 이끌 수 있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면서도 "향후 대통령실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카드로 사용될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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