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 국민 권리 침해…강력한 유감"

국회의장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 국민 권리 침해…강력한 유감"

프레시안 2024-11-04 12:03: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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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를 대독케 한 데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아쉽다"(한동훈), "국회 패싱"(배현진) 등 비판과 우려가 나왔다.

우 의장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의사일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시정연설은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예산편성 기조와 주요 정책 방향을 국민께 직접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국정의 중요한 과정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국회에 대한 존중"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장은 이어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국민들께서도 크게 실망하셨을 것"이라며 "국민은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권리가 있고, 대통령은 국민께 보고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좀더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며 "불참의 이유도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이렇게 계속 국회를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 국민이 위임한 국정운영의 책임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무겁게 직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우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고성으로 항의했고, 우 의장은 이에 "잠깐 있어보라"며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은 어느 당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국회라는 국민의 대표 기관,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를 이야기한 것이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행정부 수반에게 서로 협력을 잘 해나가기 위한 촉구를 할 필요가 있다 생각돼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도 여당의 항의에 마주 고성으로 대응하며 본회의장에서는 여야 간 기세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덕수 총리의 대독 시정연설 도중,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과를 강조한 부분이나 마약 수사 관련 의지를 언급한 부분에서 고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여당은 이에 박수로 응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은 2013년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우 의장에 앞서 야당 지도부, 심지어 여당 지도부에서조차 우려의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공개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원식도 불참, 시정연설도 불참했다. 민주화 이후 이렇게 노골적으로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오만과 불통, 무책임만 있는 '불통령'이다", "민주공화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용산에 전달했다고 이날 <동아일보>가 보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인 배현진 의원도 이날 SNS에 쓴 글에서 "국민들께 송구하다.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오셔야 했다"며 "최근의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혹여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살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하게 참여하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특히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한다"며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과 그를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낸다. 국민들께 송구할 뿐"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처럼 한동훈 지도부와 대표적 비윤계 중진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물론(☞관련 기사 : 유승민, 尹 시정연설 불참에 "돌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당내 주류인 영남 지역구 의원들로부터도 일부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조롱당해도 그게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며 "위기를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부터 내야 한다"고 말했고, 최형두 의원도 "시정연설은 국회와 국민에게 간절하게 호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반면 친윤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결정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시기도 했고 총리가 대독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게 선례 없는 일은 아니다"라며 "지난 주말에 광화문에 나가서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그런 가운데 오늘 그분들이 출석한 가운데 나와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게 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저는 솔직히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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