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일시적 지원 넘어 예술인 무대 제공, 도민에겐 문화 향유 기회
“와, 정말 좋다.”
경기아트센터 야외공연장에서 공연을 즐기던 한 시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높은 하늘, 청량한 공기, 적당히 부는 바람으로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었던 지난 10월 12일 경기아트센터 야외공연장은 음악으로 가득했다.
이날은 ‘2024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의 10번째 정기공연 날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 손을 잡고 산책 중인 중년부부, 친구들과 박수치며 공연을 즐기는 중고생까지 모두가 웃음을 머금으며 무대를 바라봤다.
12일 상설무대는 총 8팀의 경기도 기회소득예술인이 채웠다. △가요 △트로트 △뉴에이지 △클래식 △성악 △팝페라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이 이어졌다. 남편, 자녀와 함께 상설무대를 찾았다는 이은재 씨는 “두세 번 정도 공연을 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다. 재밌어서 앞으로도 종종 나와볼 예정”이라며 웃었다.
예술활동의 사회적 가치 인정…예술인 기회소득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은 선순환 예술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표 정책이다. 도가 예술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기회소득을 제공하고, 예술인들의 공연, 전시 등의 창작물을 모든 도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운영한다.
그동안 예술활동의 사회적 가치는 외면받아왔다. 예술활동은 그 자체만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수요와 선호에 따라 가치보상의 격차가 크다. 대다수의 예술인들은 불안정한 고용관계, 유동적 수입 등 열악한 창작 환경에 놓여 있다. 예술인 기회소득을 수령한 최은희(39) 작가는 “작품활동이 경제적 창출로 이어지지 않아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도내 27개 시군(용인·성남·고양·수원 미참여)에 거주 중인 예술인 중 19세 이상의 예술활동증명 유효자를 대상으로 한다. 개인 소득인정액 120% 이하인 예술인은 연 150만원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작년 시범사업을 진행한 도는 올해 수혜 범위를 확대했다. 도는 지난해 6월 7252명의 예술인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했고, 올해는 신진 예술활동증명 유효자로 대상자를 늘렸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청년예술인의 전문예술인 정착과 신진예술인의 사회적 가치창출 기회 확대를 위해 수혜 대상자를 확대했다. 총 1만298명의 도내 예술인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예술인이 기회소득을 통해 창작의 ‘기회’를 받았다. 지난 10월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도서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는 류희수(48) 작가는 “작품 배송비나 전시준비비 등은 작가 부담인데 예술인 기회소득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 지역의 작가들이 예술인 기회소득을 부러워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생활비 이상의 의미였다. 기회소득을 수령한 가수 김정훈(54) 씨는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앨범제작에 필요한 세션비, 편곡비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 곳곳에 예술이…예술가에겐 활동 무대를
도는 ‘소득’이라는 일시적 지원을 넘어 ‘활동무대’를 제공한다. “기회, 예술이 되다. 문화, 일상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형태의 예술인 기회소득 확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 △기회소득 예술인 페스티벌 △거리로나온예술 등이다.
‘2024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는 예술인에게는 공연 기회를, 도민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대중음악, 클래식, 다원예술,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이 무대에 오른다. 참여예술인은 예술인 기회소득 수혜자 중 모집 공고와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 관계자는 “도민들에게 ‘언제나 이곳에 예술이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경기아트센터 야외공연장에서 매주 토요일에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2일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 공연을 관람하던 천유경 씨는 “여름부터 공연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제대로 듣는 것은 처음”이라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진행돼서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페셔널보다는 푸릇푸릇한 느낌이 강해 더 좋다. 무대가 더 많아져서 많은 예술인이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도가 진행하는 각종 공연은 예술인에게 자극과 응원이 된다. 그룹 ‘올망졸망똘망’의 리더로 활동 중인 가수 김정훈(54) 씨는 공연을 준비하며 ‘신선한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좋은 공연을 도민께 드리기 위해 더 많이 준비했다”며 “도가 기획하는 공연은 출연비도 잘 책정해줘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가수 김승혁(32) 씨는 예술인 기회소득을 통해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그는 “이전에는 작곡이나 기타연주 위주로 활동했는데 기회소득을 받으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생겨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회소득 예술인 페스티벌은 경기도 지역별 주요 거점에서 진행된다. 공연과 함께 전시, 체험부스 등이 운영된다. 상반기에는 경기 상상캠퍼스에서, 하반기에는 수원, 양평, 김포, 동두천, 파주, 화성 및 인천국제공항 등 도내 권역별 7개소에서 작품전시 및 공연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이나 전시에 참여한 예술인에게는 합당한 비용이 지급된다.
“앨범 만들어야지”…창작활동 밑거름 되는 기회소득
예술인 기회소득의 가장 큰 의미는 예술인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다. 기회소득 예술인들은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희(39) 작가는 “처음에 기회소득이 무슨 의미일까 고민했었는데 예술활동에 대한 지지나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장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도가 예술을 존중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술활동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김승혁(32) 씨는 “기회소득을 받고 나서 ‘앨범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다. 보상을 받았으니 앨범을 내거나 공연에 참여하는 등 더 활발히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이 더 활발한 예술활동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도는 예술인들의 활동 무대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수원시를 포함한 28개 시군으로 정책을 확대할 예정이며, 상설무대와 페스티벌 등 확산사업의 다변화를 통해 예술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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