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진현' 지명 새겨진 고려 기와 이어 건물 흔적 확인
관청서 쓴 것으로 보이는 기와 출토…과거 지역 중심지 역할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산강 유역에 거주한 고대인의 흔적인 전남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고려시대 관청으로 추정되는 건물 흔적이 확인됐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4일 "복암리 유적 일대를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 주요 관청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다량의 기와를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주 복암리 유적은 2006년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거쳐 마한의 초기 생활상을 연구할 수 있는 도랑 시설, 백제시대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 등이 발견된 곳이다.
지난해에는 고려시대에 복암리 일대를 관할하던 행정지인 '회진현' 관아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진현관초'(會津縣官草) 글자가 적힌 기와가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연구소는 올해 조사에서 3동 이상의 건물터를 새롭게 찾아냈다.
이 가운데 한 건물은 현재 남아있는 양상으로 보아 정면 10칸, 측면 2칸 규모로 그 길이가 약 20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이런 규모의 고려시대 건물터는 이 지역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사 현장에서는 '회진현관초' 글자가 새겨진 기와와 '대장표명'(大匠䁃明) 글자가 남아있는 기와를 비롯해 여러 장의 기와 조각도 출토됐다.
'대장표명'은 '표명'이라는 장인이 제작과 검수를 완료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연구소 측은 "이렇게 글자를 새긴 기와가 복암리 일대를 중심으로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관청 자재용 물품으로 보인다"며 "이 일대가 당시 지역을 관할하는 관청 터 일부였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두꺼운 선 모양의 기와, 청자의 다리 모양이 둥근 형태를 한 해무리굽 청자, 상감청자 등이 함께 출토돼 고려 중기까지 해당 건물이 쓰였을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는 과거 이 일대에 더 많은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구역 남쪽 외곽에서는 석재를 2단으로 쌓고 그 위에 기와를 설치한 시설 흔적이 확인됐는데, 더 높은 곳에 건물을 설치하기 위한 기단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지난해에 이어 '회진현'의 흔적을 찾은 데 주목하고 있다.
1145년 편찬된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 등에 따르면 복암리 일대를 지칭하는 '회진현' 지명은 통일신라 경덕왕(재위 742∼765) 때 처음 등장해 고려 때까지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진현은 영산강 초입에 있어 당시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뚜렷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아 그 실체가 불분명했으나, 고려시대 주요 관청 건물지가 확인돼 보다 입체적인 고려시대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6일 오후 2시 발굴 현장에서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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