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EQL·뉴발란스 등 플래그십 열어…"충성고객 확보"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주요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잇달아 문을 열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고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주력 매장이다.
4일 패션·의류업계에 따르면 한섬[020000]은 미국 스트리트 패션(길거리 유행 패션) 브랜드 키스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지난 5월 성수동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 이은 다섯번째 글로벌 매장이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키스 입장에선 성수동이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점이 지역 선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한섬에 따르면 키스 플래그십 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은 개점 석 달 만에 10만명을 넘었고 목표 매출도 20% 초과 달성했다.
한섬 관계자는 "매주 자체브랜드(PB) 신제품과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신규 고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섬의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첫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특화 플래그십스토어 'EQL GROVE'(이큐엘 그로브)가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이큐엘 그로브는 2개 층, 500평 규모로 꾸려졌으며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과 F&B(식음) 매장을 별도로 운영한다.
이큐엘 그로브는 성수 상권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50만원 이하의 의류 제품과 30만원 이하의 잡화, 20만원 이하의 라이프스타일 제품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개점 초기 이큐엘 그로브의 일평균 방문객은 2천명을 넘었다. 누적 방문객은 개점 50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관광과 기념품 쇼핑을 즐기기 위한 외국인 방문도 이어지며 외국인 고객 비중이 20%까지 올라왔다.
이랜드월드에서 전개하는 뉴발란스 역시 지난달 16일 성수동에 228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뉴발란스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개점 당일 하루에만 2천명이 넘는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 개점 후 2주간 방문객은 3만명에 달한다고 회사는 전했다.
뉴발란스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프리미엄 라벨 '메이드'(MADE) 라인 상품을 국내 최대 규모로 만나볼 수 있고 익스클루시브(독점)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만나보기 어려운 '993' 스니커즈 발매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구매하기 위해 영업 시작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이 빚어지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뉴발란스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희소성 높은 상품과 캠페인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수동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이커 플래그십 스토어, 아더에러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무신사가 운영하는 매장들도 있다.
업계는 패션·의류·신발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여는 것은 성수동이 트렌디하고 세련된 동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성수동은 지난 9월 영국 여행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38곳' 중 4위에 올랐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성수는 10대부터 중장년 고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모인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류업체 관계자는 "성수동은 젊은 내외국인이 찾는 핫플레이스(명소)"라며 "이미 팝업스토어의 성공으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장기 관점에서 정식 매장을 열고 브랜드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성수역 퇴근 시간대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1만8천252명으로, 2014년 8천786명의 2.1배로 증가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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