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 위기의 출발점은 언제부터일까. 딜사이트 경제TV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1위로 꼽았다. 국정농단에 이어 불법 경영승계 등으로 번진 사법리스크가 이 회장의 장기 경영 공백을 불러왔고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 부재'라는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 위기 시초, 오너 사법리스크
딜사이트경제TV가 지난달 25~30일 진행한 '삼성전자 위기 진단과 해결책 모색'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삼성전자 위기의 출발점으로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3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위는 'AI(인공지능)시대의 도래'(20%)였다. AI 흐름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고 기술 개발에 소홀해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주게 된 것이 해당 답변을 선택한 이유로 파악된다.
뒤를 이어 '미래전략실(미전실)해체' 와 '3세(이재용 회장) 경영 참여'가 나란히 14.3%의 비중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미전실 해체 시점은 지난 2016년 11월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투자, 인수합병(M&A) 등 미래를 책임질 전담부서가 사라지고 재무와 경영관리 임직원들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실권을 장악했다.
의외로 이 회장의 경영 참여 시점부터가 삼성전자 위기의 출발이라고 보는 의견도 상당했다. 회장 취임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 2022년 10월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당시 와병 중이었던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부회장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가 이 회장의 경영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미 2014년부터 위기가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는 의견이다.
이외에 삼성전자 위기의 출발점에 대한 기타 의견으로는▲이건희 회장 유고(11.4%) ▲중국의 첨단기술 부상 등 외부요인 ▲소홀했던 연구개발(R&D)등이 꼽혔다.
국정농단· 부당합병 · 불법승계, 사법 족쇄 이어져
삼성전자 현재 위기론은 AI 시대 반도체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HBM 시장 주도권을 뺏기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위기의 시발점을 이보다 앞선 10여년 전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당시 주요 변화를 보면 이건희 선대회장 리더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재용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전되는 시기였다.
삼성전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내부에선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된 2016년을 위기의 시초라고 인식하는 의견들이 대다수"라며 "같은 해 미전실도 해체된데다가 대규모 인수합병도 그해 하만 인수를 끝으로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 외에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올해까지 7년여간 끌고 온 사건이 더 있다. 이 회장과 미전실 전현직 임원들이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과 이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불법승계 문제다.
이 회장은 부당 합병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미전실과 공모한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그러나 검찰의 항소심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이한 27일 다음날에도 법원 공판에 출석해야 했다.
위기 해결 위해 '인적 쇄신' 필요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위기 해결을 위해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을까.
주관식으로 받은 해당 답변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사법리스크로 부재한 경영공백을 채우기 위해' 리더십 개선에 대한 목소리였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력 위주의 인사와 함께 조직 전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탑 관리자급 임원 전체를 교체해 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감한 조직개편과 기술 중심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기술적 변화에 먼저 대응하고 확실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리더십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외에 ▲경영진의 현실 인지와 기술력 향상을 위한 노력 ▲명확한 비전 설정과 단계별 실행력을 위한 인사 외부 전문가 영입 등 파격적 조치 ▲기술을 이해하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으로 최고경영진 교체 ▲경영진부터 어려움에 책임지는 모습(임금삭감)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최근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인적쇄신안을 만들고 조만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진 것은 '젊은 삼성'을 위한 40대 과장급 이하에 집중된 희망퇴진 내용 정도다.
아직까지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핵심으로 꼽고 있는 최상위 경영진들의 진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11월 임원급 인사에서 이재용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반도체 업계를 넘어 한국 경제계가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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