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에 판소리 배틀 '얼쑤', 조선 명창 '이날치' 내려온다

줄타기에 판소리 배틀 '얼쑤', 조선 명창 '이날치' 내려온다

이데일리 2024-11-04 05:4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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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나는 줄광대 그만두고 소리광대 할라요. 상놈으로 더 살고 싶지 않어라.”

국립창극단 신작 ‘이날치전(電)’의 연습 장면. 이날치 역 이광복. (사진=국립극장)


지난 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연습으로 미리 만난 국립창극단 신작 ‘이날치전(傳)’의 한 장면.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줄타기하는 ‘줄광대’ 이날치가 명창 송홍록의 소리판을 본 뒤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양반도 웃고 울리는 명창의 모습에 반해 이날치 또한 소리꾼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공고했던 양반 계급이 무너지기 시작한 조선 후기, 판소리는 이날치에게 미천한 계급에서 벗어날 ‘사다리’가 된다.

이날치(1820~1892)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명창 중 한 명이다. 본명은 ‘경숙’이지만 줄타기를 잘해서 ‘날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국악계에선 중요한 인물이지만 대중에겐 생소하다. 오히려 명창보다 노래 ‘범 내려온다’로 유명세를 탄 밴드 이날치의 이름으로 알려졌다. 국립창극단은 밴드가 아닌 실제 명창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은 계급사회가 흔들리던 19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미천한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적인 자유를 꿈꿨던 이날치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치에게 판소리는 서민과 양반 모두에게 공평하게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 예술이다. 저잣거리에서 멍석을 깔고 소리를 시작하는 이날치는 자신의 소리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그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찾아간다. 이날치의 동료 개다리, 어릿광대의 신명과 해학이 웃음을 더한다.

이번 작품은 라디오 방송작가로 주로 활동해 온 윤석미 작가의 첫 창극이다. 이날치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많지 않아 과감하게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를 창작했다. 윤 작가는 “조선 후기에 살았던 이날치라는 인물을 21세기에 소환한 작품”이라며 “신분사회가 흔들리던 시대에 이날치가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걸어간 예인(藝人)의 길을 통해 21세기를 사는 젊은 세대도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신작 ‘이날치전(電)’의 연습 장면. 왼쪽부터 이날치 역 김수인, 개다리 역 최용석, 어릿광대 역 서정금. (사진=국립극장)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는 ‘전통연희’다. 줄타기, 탈춤, 사자춤 등 전통연희의 다양한 볼거리로 기존 창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공연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줄타기는 ‘줄타기 신동’으로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한 남창동이 직접 선보인다. 전통예술 창작집단 타루의 대표인 정종임이 연출로 참여한다. 정 연출은 “판소리 경연 대회 장면에서는 ‘랩 배틀’과 비슷한 ‘소리 배틀’도 펼쳐진다”며 “두 명의 소리꾼이 두 명의 고수와 함께 판소리 ‘적벽가’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장면에선 기존 전통공연에서 보기 어려웠던 소리의 새로운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명창이 주인공인 만큼 판소리 본연의 매력도 만끽할 수 있다. ‘춘향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등의 눈대목(판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조선 후기 내로라하는 명창들의 소리 특징을 녹여내 선보인다. 국립창극단 단원 이광복, 김수인이 주인공 이날치 역으로 나선다. 이광복은 2013년 국립창극단 입단한 뒤 여러 편의 창극과 마당놀이를 통해 묵직함과 익살스러움을 선보여왔다. 김수인은 2020년 입단했으며 2022년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대중과도 친숙하다.

이날치는 ‘새타령’을 부르면 진짜로 새가 날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창이었다. 판소리를 전공한 두 단원에게 ‘이날치전’의 주인공 역할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광복은 “판소리의 이면을 깊이 생각하며 이날치를 잘 표현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수인은 “현시대와 소통하는 이날치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연은 오는 14~2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한다.

국립창극단 신작 ‘이날치전(展)’ 주인공 이날치 역의 김수인(왼쪽), 이광복.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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