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윤경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4일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뉴스1에 "한 대표가 물밑에서 용산에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고 쇄신도 요구하면서, 시정연설에도 직접 나오시라는 부분까지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이 2013년 이후 11년간 이어진 국민과의 약속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대표는 당내 중진 의원들로부터도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지난 31일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음이 폭로된 후 공개 일정 없이 중진 의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같은 요구를 전달한 것은 최근 10%대 최저치를 기록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취임 3년 차에 이례적인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상태에서, 시정연설 관례까지 깨면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 친윤(친윤석열계)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분위기에서 차분한 시정 연설이 되겠나"며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이번엔 아마 총리가 대독하시는 방향으로 잡고 계신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올해 시정연설은 한 총리가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역대 정부에서도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참석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서는 한 총리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이 매년 있는 것은 아니고 총리가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꼈지만, '탄핵과 특검 추진 등으로 국회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2022년 5월 9일 통화 녹음을 공개한 데 이어 2일 '김건희 여사 규탄 대회'를 여는 등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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