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투표 사기와 관련된 소문,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 그리고 노골적인 거짓말이 전례 없는 규모로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수백 건에 달하는 투표 부정 사건들이 개인과 독립적인 그룹, 그리고 공화당 계열 단체들에 의해 수집 및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게시물은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해 유포되기도 한다.
온라인에 퍼지는 이런 주장들은 선거 관리자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선거 당국은 다음 주 선거를 준비하는 동시에 유권자들에게 소문을 불식시키고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트럼프 캠프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거짓 주장을 지지하며, 11월 5일 선거에서도 부정으로 인해 그가 승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9월 대선 토론에서 “공정하고 합법적인 선거라면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CNN/SSR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는 그가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주요 경합주에서 광범위한 사기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 소셜 네트워크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사기가 벌어지고 있고 적발되고 있다"며 "법 집행기관은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트럼프 후보의 이러한 주장은 펜실베이니아주 내 3개 카운티의 공무원들이 일부 유권자 등록 신청서를 사기 혐의로 조사하기 위해 지역 법 집행기관과 협력 중이라는 발표 이후에 나왔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이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주 선거관리자이자 공화당원인 앨 슈미트는 유권자들에게 "반쪽짜리 진실"과 허위 정보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것은 유권자 등록 절차에 내장된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범람하는 허위 정보
BBC는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 보드, 채팅 그룹에서 수백 건의 선거 사기 혐의를 발견했다. 이 게시물들 중 일부는 수백만 회 조회되었으며, 외국인도 쉽게 투표할 수 있다는 암시와 투표기계에 대한 거짓 주장, 투표용지 집계 과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한 영상에서는 최근 조지아에 도착한 아이티인들이 투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으나, 가짜 주소와 스톡 사진을 사용한 조작된 영상으로 드러났다. 미 보안 당국은 이 영상이 "러시아의 영향력 있는 행위자들"에 의해 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옛 트위터 X에 한 사용자는 캐나다인이라고 주장하며 투표용지 사진을 올리고 "국경을 넘어 투표하러 왔다"고 적었다. 이는 플로리다에서 촬영된 가짜 게시물이었다.
플로리다는 직접 투표 시 신분증이 필요하며 캐나다 국경에서 차로 약 20시간 거리에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노샘프턴 카운티에서도 한 남성이 법원에 투표용지 상자를 내려놓는 영상을 X에 올리며 의심스러운 활동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우편 투표용지를 배달하던 우편 직원이었다. 이 영상은 5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2020년 대선 되풀이
전문가들은 선거 직전에 잘못된 정보가 급증하면 사람들이 결과에 대한 신뢰를 잃거나 선거 전후에 위협과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2020년 대선 때 벌어진 일이었다.
2020년 대선 직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서 사기를 주장하며 자신이 진짜 승자라고 주장했고, “도둑질을 멈춰라”는 슬로건이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이후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조지아와 같은 주요 접전 지역에서 선거를 감독하는 공무원들은 사망 위협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이 다가오면서, 2020년 이후 계속되는 허위 정보가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일 훨씬 이전부터 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증오와 극단주의 반대 프로젝트의 창립자 웬디 비아는 일부 극우 및 우익 활동가들이 “2020년과는 달리, 이번 선거가 도난당할 것이라는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모론이 이 모든 일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심은 이미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퍼진 상태다. 이번 주 위스콘신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불법적인 활동만이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막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린베이의 브래드 밀러는 “부정행위가 없는 한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사기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팀은 여러 주에 걸쳐 수십 건의 선거 사기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서는 개별적인 사기 사건이나 행정적 실수가 항상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대선은 50개 주에서 시행되며 2020년에는 1억 5천만 명 이상이 투표했다.
그러나 실제 사건들은 지금 전례 없는 규모로 온라인에 정리되고 공유되고 있으며, 가짜 게시물과 함께 광범위한 부정행위의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십 장의 투표용지가 빗물 배수구에서 발견되었고,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온라인상에서 고의적인 사기로 의심받고 있다.
인터넷에 게시된 수천 개의 댓글 중에는 "그들은 부정행위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확산하는 선거 사기 주장
선거 사기 주장은 네트워크 그룹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텍사스에 본부를 둔 True the Vote 같은 단체들은 오랜 기간 선거 보안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 단체가 개발한 앱 VoteAlert에서는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 혐의 사례를 게시하고 있다.
이들은 사소한 보안 실수에서부터 고의적인 투표 조작 혐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을 모아두고 있다. 또한 여러 주의 투표함에 설치된 라이브 스트리밍 카메라를 모니터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지방 공무원들이 투표함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취한 단계를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다.
True the Vote의 설립자 캐서린 엥겔브레히트는 최근 지지자들을 위한 정기 온라인 회의에서 “우리의 희망은 이 투표함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민주당 지지 집단이 대규모로 선거 사기를 저지르려 한다는 암시도 덧붙였다.
또 다른 노력으로는 트럼프의 전 변호사가 설립한 선거 무결성 네트워크가 있다. 이 네트워크는 유권자 등록에 이의를 제기하고 투표 감시원(투표소에 참석하는 당파적 관찰자)을 모집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메시지는 방대함과 일부 주장의 모호함, 그리고 익명의 출처로 인해 각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룹과 트럼프 캠페인은 이러한 노력이 오로지 투표의 성실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BBC는 트럼프 캠페인에 의견을 요청한 상태다.
'잘못된 정보 확산 이어질 것'
이러한 거짓 주장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BBC의 파트너사인 CBS를 비롯한 미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월요일에 선거 음모론이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의 물결은 선거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투표를 집계하고 승자를 결정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데모크라시 웍스의 루이스 로자다는 "선거가 불신의 생태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심이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확한 정보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자다는 "선거 관리들은 2020년처럼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도록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하지만 누군가가 단편적인 사례를 갖고 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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