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10%대(갤럽 조사19%, 엠브레인퍼블릭 17%)를 기록하자 여권에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악몽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대회’를 통해 윤 대통령의 탄핵 예열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국 해법을 두고 여권 관계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고 안철수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쇄신 요구에 나섰다.
한편 ‘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며 방어에 나선데 이어 이상돈 전 의원은 “철저하게 방어를 하는 국민의힘의 지금 모습이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尹 국정쇄신‧韓 당정일체”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속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총선 패배로 미증유의 정치적 수난을 겪고 있고 국민들께서도 갈등과 혼란의 현 정치상황을 보면서 불안감과 함께 정치불신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야당의 전례 없는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과 남용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이제는 대통령 탄핵까지 거리낌 없이 시도하며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과 당내 불협화음은 당원과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시키고 있어 집권 세력은 위기를 맞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한 대표를 향해 “패권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 주길 바란다”라며 “시·도지사협의회와 대화에도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협의회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국민과 적극 소통을 주문했다.
협의회는 “윤 대통령께서는 임기 후반기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적극적인 국민과의 소통 및 국정쇄신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협의회는 가감 없는 구민의 의견을 전해드리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주요 국정과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정상 정치 복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심을 가장 잘 아는 지방행정의 책임자이자 중진 정치인들인 국민의힘 시·도지사들은 위기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극복하고 국민을 위한 정상 정치 복원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입장을 밝힌다”라고 덧붙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회장으로 있는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7월 출범했다.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12명의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가 소속돼 있다.
안철수 “尹, 직접 사과해야” 홍준표 “강도 높은 쇄신 촉구”
이와 함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윤 대통령을 향해 사과와 국정기조 대전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민심은 엄중하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10%대로 추락했다”라며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의 10%대 추락은 매우 엄중한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지난 총선에서 쓰나미처럼 분출한 바 있다”라며 “정쟁과 이념전쟁보다는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 3대개혁과 민생 경제에 올인 하고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에 대해 진정어린 사과가 선행되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그러나 정부는 민심에 맞서는 방향으로 역진했다”라며 “정부실패 책임자들인 내각과 용산 비서진을 감싸기에 급급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개혁이 아닌 의료시스템 붕괴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정책실패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라며 “국정기조 대전환과 야당과의 협치와 관계 개선은 외면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지지율 폭락 위기 탈출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해법으로 윤 대통령의 성찰과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김여사 문제에 대한 특단의 선제적인 조치 결단이 필요하다며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 설치만으로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김여사 리스크를 매듭 짓지 않고 국정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식 김여사 특검법이 그대로 통과할 수는 없다”라며 “독소조항들은 삭제한 여야합의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와 함께 “대통령 당선인 시기의 공천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진정어린 사과가 불가피하다”라며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당원이 의사 개진한 것’이라는 변명은 궁색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이 과거 공천개입을 단죄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라며 “실정법을 따지기 전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께 전말을 밝히고 직접 사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의원은 국정기조 대전환과 인적쇄신 단행을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실패에 책임 있는 정부부처와 용산 참모진의 대대적인 쇄신을 통해 국정기조 변화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지율 폭락이 위기의 시작이다”라며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검사 윤석열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에 따르시기를 바란다”라고 끝을 맺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윤 대통령을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무너진다면 여당의 향후 미래도 장담하기 힘들다”라고 경고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17년 3월 탄핵 직후 당 지지율 4%를 안고 절박한 심정으로 대선에 출마한 이유가 당이 새롭게 일어설 기반을 마련 할 수 있기 위함이었다며 “윤통(윤 대통령)이 무너지면 우리에게는 차기 대선은 없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더구나 윤통과 한뿌리인 한동훈이 동반자진(同伴自盡)을 시도하는 철부지 행각을 보면 더더욱 울화가 치민다”라며 “어떻게 쟁취한 정권인데 또다시 몰락의 길을 가고 있나?”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홍 시장은 “제왕은 면후심흑(面厚心黑)해야 한다”라며 “폐일언하고 당은 방기(放棄) 하시고 대통령 비서실부터 전면 쇄신 하시고 내각도 전면 쇄신하여 새롭게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덧붙여 “국정기조가 무너지고 있다. 더 늦으면 국정 추동력을 회복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 재차 경고했다.
친윤 “尹 통화, 법 위반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쇄신을 요구하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친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명태균 씨와 통화했을 당시가 취임을 하루 앞둔 날이었던 만큼, 공무원이 아닌 신분으로 사적 대화를 나눈 것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며 야권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률적으로 문제없는 부분”이라 밝혔으며 강명구 의원 역시 지난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박절하지 못한 분이다 보니 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그래서 (명씨가) 막 다그치니까 좋은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의원도 “명태균이란 자의 이른바 녹음파일 공개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 같다”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정도는 돼야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 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히 녹음이 된 5월 9일은 대통령 취임 하루 전날이라 법률적 신분상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님의 평소 성정으로 보아 대통령실이 밝힌 대로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라며 “대통령이 진짜 개입한다면 문재인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정도는 돼야 개입”이라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현재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는 “철저하게 방어를 하는 국민의힘의 지금 모습은 8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분석했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 녹음을 두고 2016년 가을에 JTBC 태블릿 PC를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명태균이 앞으로 폭로할 문건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8년 전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16년 10월 24일 JTBC가 태블릿 PC 영상을 보도하자 다음 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했고 며칠 후부터 촛불시위가 시작됐다”라며 “그때 박근혜가 사과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논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성급하게 사과를 해서 사태를 증폭시켰다고 보는 사람도 상당히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는 사과에 매우 인색한 사람인데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란 사람의 존재 자체가 수면 위로 나타나는 것을 극히 꺼렸는데 이렇게 부각되자 그냥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닌가”라며 “대통령 본인이 무너져 버리면 그 주변도 한꺼번에 무너지기 마련”이라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야권의 하야 요구에 대해 탄핵을 당하더라고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댐은 이미 무너진 후였다. 대통령 입으로 '탄핵을 당하더라도'라는 말이 나오면 이미 끝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새 TV 뉴스를 보면 8년 전과 비슷하다”라면서도 “다만 8년 전과 다른 점은 여당과 검찰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8년 전 학습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또 “2016년에는 검찰이 최순실을 구속하는 등 지금 검찰과는 달랐고 2016년 새누리당에는 유승민, 남경필, 김세연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탄핵이 가능했지만 세 사람은 그 후 정치적 입지를 잃어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색다른 데자뷔가 펼쳐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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