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수년 내 AI 산업에 큰 변화…’운영개선’(O/I) 서둘러 기회 잡아야”

최태원 회장 “수년 내 AI 산업에 큰 변화…’운영개선’(O/I) 서둘러 기회 잡아야”

M투데이 2024-11-03 15:18: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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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CEO들이 글로벌 시장 및 산업의 빠른 변화에 맞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AI/반도체·에너지 등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올 초부터 진행해 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 속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AI 등을 활용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SK그룹은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리고 주요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 CEO세미나’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폐회사에서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I)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운영개선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지만 경영의 핵심 요소인 ‘기업가 정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운영개선’ 고도화를 위해서는 AI를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면서 일상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젊은 구성원과 리더들이 AI를 접목한 운영개선 방안 등을 제안해 회사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그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AI 사업 방향과 관련해서는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DC)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향후 핵심 과제로 반도체 설계, 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설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최 회장은 CEO들에게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거시(Macro) 환경 변화를 잘 보고, 사별 특성에 맞게 사업환경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운영개선’ 달성도를 정량화 및 측정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그룹 순차입금 감소 등 재무지표 ‘청신호’…합병·매각 등으로 계열사 수도 감소세

앞서 CEO들은 올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운영개선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과제 실행을 가속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약 84조원에 달했던 그룹 순차입금은 손익 및 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 운영개선 활동을 통해 올 2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3분기 말에는 70조원대로 낮아지는 등 주요 재무지표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SK는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219개였던 계열사 수도 올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EO들은 잉여현금흐름(FCF) 극대화 등 ‘운영개선(O/I) 1.0’ 활동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앞으로는 제조, 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제고하는 ‘운영개선 2.0’을 통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운영개선 2.0’ 이후에는 시장과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역량 중심의 ‘운영개선 3.0’으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방향성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 3분기 7조원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시장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SK하이닉스 곽노정 CEO는 “올해 실적 개선은 단순히 반도체 시장 회복에 편승한 결과가 아니었다”면서 기술과 제품 경쟁력 외에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인 청주 M15을 HBM 생산라인으로 구축하는 과감한 의사결정,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원 팀 정신’(One Team Spirit) 기반 아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조직문화 등이 반전의 기회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지원체계 구축 방안도 논의

경영진들은 SK와 우리나라가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수출 확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그룹 차원의 수출역량 결집과 사업 간 시너지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SK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수출액 96.8조원을 기록했으며 대한민국 수출(82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지난해 59조원을 수출한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 제품 확대, 동남아·중남미 등 신규 시장 개척으로 수출액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수요가 커지고 있는 HBM을 중심으로 지난해 27조원을 기록한 수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CEO들은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 다변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사업 밸류체인 간 협력을 통한 혁신적 제품 개발, ‘설루션 패키지(Solution Package)’를 활용한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치인 7000억달러(약 970조원) 수출을 달성하고, 오는 2027년 세계 수출 5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 외부 전문가 초청해 SK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과 조언 듣는 특별 세션 ‘눈길’

외부의 냉철한 시각으로 SK그룹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과제를 찾아보는 특별 세션도 마련됐다. 유튜브 경제채널 ‘삼프로TV’ 김동환 대표, 권순우 상무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SK’ 세션에서 “리밸런싱 이전의 SK는 계열사 간 경쟁적인 중복투자, 과잉투자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를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것처럼 보였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에너지 사업 수직계열화,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방향의 큰 단추는 잘 꿰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향후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로 성과를 내고, 갖춰진 퍼즐을 온전한 그림으로 완성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경영진들은 그룹 고유의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력 강화 및 구성원 행복 제고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미래에 더 큰 도전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CEO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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