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연일 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설 곳을 점점 잃어가는 분위기다. 이러자 업계에서는 약 배송 제한 정책과 의료계의 반발에 지친 기업들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비대면진료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진료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건강보험을 통한 비대면진료 건수는 1032만713건에 달한다. 수급권자의 경우는 65만1196건이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비대면진료 기업들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이미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닥터나우’가 일본으로 진출한 데 이어 ‘라이프시맨틱스’도 태국에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솔닥’ 또한 이 같은 분위기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용자 확산세 속에서도 기업들의 ‘해외 엑시트’가 멈추지 않는 배경으로는 ‘규제장벽’이 지목된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분위기 속에서 외출이 제한되는 가운데서도 집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으로 약까지 수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을 호평을 받아 왔다.
문제는 엔데믹 선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리트’가 반토막 나버렸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으로 허용 대상을 재진에 한정하면서 업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부분완화와 의정갈등을 겪으며 초진도 허용됐지만 약 배송은 여전히 막혀 있다.
약 배송이 막히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현행 비대면진료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비대면진료 이용자 A씨는 “감기몸살로 비대면진료 앱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약을 받으러 밖에 나가야 했었다”며 “약 배송이 금지된 이상 큰 메리트는 없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진전된 바가 없는 점도 기업들의 좌절감을 키웠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비대면진료에서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아쉬움은 여전하다”며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법 개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진료 기업들을 향한 ‘뭇매’가 이어지는 점도 업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말 ‘50% 인력 감축’이라는 고비를 겪은 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초 비대면진료 환자 대상 약국 안내 서비스 ‘나우약국’을 출시했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서비스가 도마 위에 오르며 사업 확장에 먹구름이 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담합행위 해당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환자들이 약을 수령할 약국을 쉽게 찾도록 안내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의약계의 공세도 더욱 거세졌다. 과거 입장문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법적인 조치까지 감수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한 비대면진료 업체가 AI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자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 지목하며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이용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이 업계를 바라보는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에는 달라진 게 없다”면서 “사업의 핵심이 되는 약 배송이 막혀 있는데 사업 확장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니 해외로 떠나는 기업이 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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