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부산진구청사에서 지난 1일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도로 곳곳마다 만연한 불법 주정차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2024년 불법주차 테마별 사진전'이 개최된 것이다.
이날 전시회에는 시민들이 직접 촬영해 구청에 신고했거나, 구청 단속반이 포착한 사진들이 걸렸다.
최근에 찍은 사진도 많지만, 일부는 오랫동안 회자할 만큼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어서 이번 행사에 함께 전시됐다.
도로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수년 전에 찍혔지만, 불법 주정차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도로에 여러 개의 점선이 그려져 있는 교차로인 이곳은 평소 차량 통행량이 많은 부산진구 조방 앞 거리다.
해당 차량의 주인은 심지어 문까지 잠근 상태로 자리를 떠나 많은 이들이 황당해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차량을 직각으로 세워놓은 차량도 있었다.
사진에는 버스가 인도 가까이에 정차하지 못해 차량에서 내린 학생들이 도로에서 내려 걸어오는 모습이 담겼다.
상점가 많은 도로 한가운데 경차 한 대가 주차해있어 트럭들이 통행하지 못하는 사진도 있다.
점포가 많아 평소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에 차 한 대가 가운데서 버티고 있다
당시 양옆에 있는 트럭은 진출입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도 불법 주차된 차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다행히 사진 속 장면은 긴급 차량에 대한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실제 상황은 아니었다.
이 훈련은 지난해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당시 불법 주차된 차량이 너무 많아 출동이 지연된 일을 계기로 진행한 것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긴급차량 진입로를 막을 경우 지자체는 단속을 실시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견인할 수밖에 없다"며 "급박한 상황에서는 긴급 차량이 문제의 차량을 긁고 지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다니는 길을 막는 사례도 많다.
학교가 인근에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는 물론 장애인 등 보행 약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조성된 인도도 불법 주차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주정차를 위반하면 승용차 등은 4만원, 승합차 등은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정차를 위반할 경우 평일 오전 8시∼오후 8시에는 과태료가 기존의 3배로 부과된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는 주행하는 차량과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주정차 위반 차량의 사진을 본 시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경각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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