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3일(한국시간) EPL 10라운드 본머스 원정에서 시즌 첫 패배, 직전 리그컵에 이은 첫 2연패를 당한 뒤 기자회견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본머스(영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축구공이 구르는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표현이다. 다만 대상이 맨체스터시티(맨시티·잉글랜드)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스페인)이라면 다르다. 1894년 창단한 긴 역사에 비해 족적이 딱히 두드러지지 않던 팀을 강하게 키운 명장이니 말이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활약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친정과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거쳐 2016년 맨시티 지휘봉을 잡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했다. 그가 부임하기 전 4차례 리그 정상에 서고, FA컵을 5차례 제패했음에도 ‘연고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눌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맨시티가 ‘진짜 명가’로의 도약을 꿈꾼 계기다.
선택은 옳았다. 맨시티는 빠르게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과르디올라 시대’가 막을 올린 뒤 18개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최근 4연패를 포함한 EPL 6회, FA컵 2회, 리그컵 4회에 더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까지 접수하며 최강의 반열에 섰다. 특히 2022~2023시즌엔 트레블(3관왕)을 완성했다.
그런데 요즘 기류는 우중충하다. 성큼 다가온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이별 탓이다. 그의 계약기간은 2024~2025시즌까지다. 재계약 소식은 없는 가운데 오랜시간 맨시티에서 함께 한 치키 베기리스타인 단장이 떠났고 최근엔 직접 “내가 없어도 맨시티는 계속 성공할 것”이란 말을 남겨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물론 맨시티는 여전히 매달린다. 일부 현지 매체들도 ‘1년 연장’을 언급하며 협상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장밋빛은 아니다. 더 이룰 게 없어 동기부여가 부족한데다 쉼표 없이 달리며 많이 지쳤다. 수장이 흔들리면 선수단도 위태로운 법인데, 주축들이 줄부상으로 대거 이탈한 상태다.
역시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맨시티는 3일(한국시간)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끝난 본머스와 2024~2025시즌 EPL 10라운드에서 1-2로 졌다. 연속 실점 후 후반 37분 그바르디올의 골로 추격에 나섰으나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8라운드에서 아스널을 잡은 본머스는 맨시티까지 낚아채 ‘강호 킬러’의 이미지를 굳혔지만 맨시티는 많은 걸 잃었다. 올 시즌 리그 첫 패배로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리그 32경기 무패가 끝났고 직전 리그컵 토트넘 원정에 이은 시즌 첫 2연패에 빠졌다. 맨시티는 7승2무1패, 승점 23에 묶여 브라이턴에 2-1로 역전승한 리버풀(승점 25)에 선두를 내주며 2위로 밀려 왕좌 수성에 적색등이 켜졌다.
“상대는 강렬했고 감당할 수 없었다”고 담담하게 패인을 짚은 과르디올라 감독이지만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더 답답한 쪽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붙잡거나 최대한 그에게 근접한 ‘능력 있는’ 지도자를 찾아내야 할 맨시티 구단이라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본머스(영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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