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방문 경험 거론하면서 혈맹관계 강조…경제협력 심화도 부각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특별기고를 통해 재미 한인에 대한 기여를 높게 평가하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파병하고 중동 지역에서의 확전 위기도 계속되는 상황과 맞물린 미국의 리더십 교체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의 유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자신이 당선될 경우 한미 동맹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에 두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을 비하하고 한국을 사실상 거래적 관계로 보는 것을 비판하면서 차별화했다.
◇ DMZ 방문 거론하며 "한미 동맹은 안보·번영의 핵심축"
해리스 부통령은 기고에서 한미 동맹이 한국 전쟁에서 탄생한 혈맹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3만6천명이 넘는 미국인과 13만7천명 이상의 한국군이 한국전쟁 당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우다가 목숨을 바쳤다"면서 "저는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함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 유대를 가치있게 여기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부통령으로 2022년에 방한했을 당시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것을 거론하면서 "DMZ에 서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시작된 한미 동맹이 한국의 성장과 맞물린 인적·경제적 교류 확대 등으로 진화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상호적 관계로 발전했다는 점도 같이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한국이 지난해 전세계 국가 중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진행한 것과 관련, "부통령 재임 기간 우리는 인적 교류를 확대했으며, 한국 민간 영역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촉진해 우리의 경제 협력관계를 심화했다"라면서 "이 투자는 반도체와 전기차 같은 산업에서 미국인을 위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 동맹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우리의 자유와 글로벌 리더십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런 발언은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는 안보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및 미국·일본·필리핀 3국 협력,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의 촘촘한 소(小)다자 협력망을 구축했으며 한국은 여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 중 하나다.
앞서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에서도 차기 정부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 등에 대응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소다자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때의 공급망 교란 사태 이후에 경제 안보적으로도 이른바 '담장은 높게, 마당은 좁게' 기조에 따라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동맹 및 파트너를 대상으로 사실상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트럼프와 분명한 차별화…"방위비로 동맹 폄하 안 돼"
해리스 부통령은 연합뉴스 기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대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를 '동맹 폄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조가 결과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 진전에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한국이 이미 상당한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도 한국이 우리 병력을 주둔하기 위해 연간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해 우리 동맹을 폄하하고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지위를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 재임 중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거론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얼마 전 언론 대담에서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부르며 최근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보다 9배 이상인 100억달러(13조원)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이런 발언은 동맹을 거래 관계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나토의 국방비 지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맹에 대해선 보호해주지 않겠다고 말해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이른바 '스트롱맨'을 거론하면서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특히 그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북한과 잘 지내겠다는 취지로 언급해 일각에선 재집권 시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르게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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