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과 ‘찐 공대생’이 네이버에서 ‘AI 정책’을 맡기까지

컴공과 ‘찐 공대생’이 네이버에서 ‘AI 정책’을 맡기까지

평범한미디어 2024-11-02 21:22: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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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전남대 공대생들이 잔뜩 모인 자리였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 네이버에 입사한 정지원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원씨는 “현재 네이버에서 AI 정책 연구 및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다면서 “되게 좀 팬시한 이름”이라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는 AI가 이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무시무시한 말을 하기도 했다. 작년 5월에는 챗 GPT 제작사이자 AI를 만들고 있는 전문가들이 AI가 인류 멸종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AI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니까 더 무서운데 그래서 네이버도 뭔가 AI를 계속 빨리 빨리 발전시키기 보다는 조금 천천히 규제를 해가면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해보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렇게 인류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멸망까지 불러오기도 하는 이런 AI를 둘러싼 상황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 같다. (앞으로 AI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모른다가 정답인 것 같다.

 

후배 공대생들에게 본인의 커리어 이야기를 특강으로 풀어내고 있는 정지원씨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지원씨는 지난 10월30일 15시 전남대 코스모스홀에서 개최된 취업특강 연단에 올랐다. 사실 네이버가 첫 직장은 아니다. 스스로 “찐 공대생”이라고 소개한 지원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대학 수시를 쓸 때도 전부 컴공과에 넣을 정도로 뭔가 비전과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컴공과는 엄청난 과제들이 많다. 과제에 허덕이고 여름 방학에 쉬고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얼레벌레 졸업을 하게 됐다. 대학원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컴퓨터공학 자체가 내게 매우 매우 재미있는 전공이 아니었어서 이걸로 깊게 연구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일단 나가서 돈을 벌어보자. 이런 생각으로 무작정 취업을 준비했다. 별로 다른 생각 없고 컴퓨터공학만 공부했으니까 전공을 살려서 개발자가 돼야지. 그 루트를 타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개발자 취업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되게 운이 좋게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직군으로 입사를 했다. 처음에는 가전사업부에서 냉장고 와이파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러나 격무에 치이고, 냉장고 제품에 국한된 업무를 넘어 더 넓은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 이내 퇴사를 결정했다. 지원씨는 “더 자유롭게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다”며 “아무래도 다양한 세계를 겪어볼 수 있고 가능성이 많은 IT 기업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네이버에 입성했다. 원하는대로 네이버에서 개발직군으로 일하게 됐는데 MLOps 백엔드(머신러닝 모델 개발) 담당이었다. 지원씨에 따르면 이때부터 슬슬 AI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게 됐다고 한다. 지원씨는 구체적으로 AI 모델링, 연구, GPU 서버(그래픽 카드를 이용한 병렬처리 기술 기반 서버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서 기존의 CPU보다 빠르고 성능이 우수하다) 관리 등을 맡았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이런 일을 하다가 정책 커뮤니케이션. 지금 하는 이 업무로 넘어오게 되는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왜 개발해서 정책? 이렇게 의아해했다. 처음에 제조업 개발에서 IT 기업으로 갔을 때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겠다는 포부에서 옮겼다라고 하면 모두들 다 잘 갔다고 생각해주셨다. 주변 개발자들도 정책 파트로 왜 가냐? 그때 당시에 개발자 수요가 많았어서 개발직군으로 있지 왜 정책을 하느냐.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내가 있던 개발 부서에는 기술을 정말 재밌어하고 막 새로운 기술 이런 게 나왔대! 그러면서 시키지도 않은 공부를 해서 발표하고 이런 걸 도입하면 너무 좋겠다. 그리고 기술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 새벽에도 혼자 고요한 시간에 코딩하는 것을 힐링으로 여기는 그런 분들이 많은 부서였다. 반면 나는 코딩이 솔직히 그렇게 재밌지도 않고 그냥 직업으로만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개발자들 사이에서 재밌는 척해야 됐고 너무 힘들었다.

 

지원씨의 커리어 히스토리. <사진=박효영 기자>

 

그때가 2021년이었는데 마침 그 즈음 열린 주제 대화형 AI 이루다 서비스가 출시됐고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원씨는 당시 “AI 윤리에 대한 우리의 담론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람들이 이루다를 쓰면서 타락시킨다고 표현하는데 이상한 방식으로 변형시켜서 이상한 말을 하도록 학습을 시켰다. 여성 차별적인 말을 하기도 하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기도 해서 굉장히 논란이 많이 불거졌다. 문제가 뭐냐면 이 일이 모두에게 처음인 것이다. 그래서 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이것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이 아직 적립되지 않은 그런 상황이었다. 사실 이루다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그저 그렇게 말하도록 훈련받은 AI 서비스였을 뿐이다. 좋은 의도를 갖고 나왔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남용해서 서비스가 변질된 것이다. 이루다는 죄가 없다. 문제는 AI 윤리에 대한 우리의 담론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이런 공감대가 슬슬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도 AI 윤리라는 키워드를 접하고 흥미가 생겼다.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선한 마음도 있었다.

 

기존에는 기능과 기술과 이런 쪽에 좀 더 포커스가 되어 있던 일이고 (사회와 밀접한 일이 아니었던 만큼) 그 간극이 조금 힘들었던 건데. 내가 갖고 있는 개발 경력과 기술적 이해가 있고, 해보고 싶은 사회와 밀접한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AI 정책은 하나도 모르지만 AI 관련 정책 담론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서 정책으로 직무를 옮기게 됐다. 이때도 운이 좋게 네이버 내부에서 이루다 사태를 맞이하며 그런 요구들이 많았다.

 

지금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AI 모델 개발, 서비스 출시, 리스크 검토 등이 있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AI 정책 담론을 형성하는 것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 아니면 변호사들, 기업인들, 대학 교수들 등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AI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기술을 좀 더 잘 알고 싶다는 그런 니즈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AI 정책을 설계해갈 때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 되는지 같이 논의를 하고 있다. 그래도 네이버가 국내에서는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저희가 하이퍼클로바X 기술을 활용한 ‘클로바X’라고 챗 GPT와 비슷한데 이런 걸 출시할 때 뭔가 부적절한 발화를 한다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혹시 그런 경우에는 좀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뭐가 있을지 사전에 논의하는 그런 작업을 업무를 하고 있다.

 

관련해서 네이버는 2021년 2월 ‘AI 윤리 준칙’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지원씨는 “그 준칙을 발표한 부서로 이동을 하고 싶다고 지원해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원씨가 현재 AI 정책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일. <사진=박효영 기자>

 

돌이켜보면 도움이 되지 않은 경험은 없었다. 지원씨는 “컴퓨터공학을 쭉 배우고 개발을 찾아가다가 결국 정책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개발 일을 할 때 이런 저런 경력들이 전부 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더라”며 “삼성전자에서 일을 할 때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서 상사에게 어떤 보고를 해야 되는지 그리고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그런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고 정리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생각해봤는데... 내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에는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에 많이 몰입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사례지만 이런 사례를 보고 시작을 개발로 했을지언정 그 끝은 정말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요즘 여실히 느끼는 건데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 정말 기회가 오더라.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여러분들 함께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 나중에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예를 들어 개발을 하고 있지만 정책과 윤리 문제에 관심이 있었을 때 부끄러워서 주변 사람들한테 절대 얘기를 안 했다. 근데 부끄럽더라도 나 이런 거에 관심 있어! 이렇게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면 마치 소개팅 물어다주는 것처럼 연결돼서 정말 알 수 없는 기회들이 나한테 찾아오더라. 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들하고 이런 얘기 많이 하길 바란다. 꿈 같은 게 있으면 그냥 많이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원씨는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책 연구를 하게 됐는데 정말 문과 출신들 사이에 나 혼자 덜렁 개발자로 있다. 그들은 진짜 정책 연구를 했던 분들이고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도 많아서 솔직히 굉장히 쫄 때가 많은데 어쨌든 다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그분들과도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결국 익숙해진다. 몇 년 지나면 그 일은 익숙하게 할 수 있다. 아주 잘하진 못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뭔가 시작할 때 저 사람 엄청 잘해 보이고 나는 너무 능력이 없어 보여서 너무 겁먹고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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