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FC안양의 K리그2(2부)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미드필더 김정현(31)은 시즌 막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탓인지 '감격의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못했다.
안양은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부천FC와 0-0 무승부를 거두고 창단 11년 만의 우승과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한 경기를 남겨두고 조기에 우승을 확정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9월 24일 서울 이랜드와 경기부터 10월 6일 수원 삼성과 경기까지 거푸 세 경기를 져 기세가 확 꺾였다.
안양의 중원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김정현은 팀 부진에 안면 마비가 올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김정현은 "당시에 혼자서 생각이 너무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좀 짓눌렸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훈련장에 나와 동료들과 고민도 나누고, 같이 이겨내려고 노력하니 상태가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안양은 3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후반 48분 동점골을 얻어맞고 1-1로 비겼다.
이 경기 뒤에도 김정현은 잠시 안면마비 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이날 부천을 상대로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은 안양 서포터스 앞으로 가 승격의 기쁨을 나눴다.
많은 선수가 보라색 물결을 일렁인 팬들과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나 김정현은 예외였다.
김정현은 "원래 안면마비가 오면 눈이 잘 안 감겨서 눈물이 더 나는데, 오늘은 안 나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오늘 술 한잔을 하고 싶은데, 안면마비 때문에 못 먹어서 아쉽다"면서 "그냥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현은 올해 유병훈 안양 감독의 축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상대 최전방 공격수 성향에 맞춰 때로는 중앙수비도 봤다.
영리하면서도 파워풀한 김정현의 플레이 덕에 올 시즌 안양의 허릿심은 강했다. 안양은 K리그2 13개 팀 중 최소 실점(34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김정현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팀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게 승격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김정현은 "모두가 알다시피, 안양엔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그렇기에 '원 팀'으로 더 뭉칠 수 있었고, 조직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면서 "고참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 점도 좋았다"고 자평했다.
유병훈 안양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노상래 팀 매니저와 부인의 갑상샘암 투병 사실을 알리며 눈물 흘렸다.
김정현은 노 매니저가 투병 중인 건 알았지만, 유 감독의 부인도 그런 상황에 부닥친 건 유 감독이 전혀 티를 내지 않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김정현은 "상래 형이 뒤에서 묵묵히 희생을 많이 해줬다. 빨리 우승을 확정 지어서 마음 편하게 (수술받게) 해 주고 싶었는데, 좀 늦어진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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