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불운일까. 손흥민이 하필이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살인 테클러' 듀오로 불리는 매트 캐시, 존 맥긴 앞에서 복귀전을 치르게 됐다.
이들이 과거 부상에서 막 복귀한 토트넘 선수를 거칠게 다뤄 다시 병동 신세를 지게 했던 터라 손흥민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손흥민과 캐시는 포지션상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나온다.
손흥민이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재활을 마치고 실전 복귀한다. 이변이 없는 한 3일 애스턴 빌라전을 통해 전세계 토트넘 팬들에게 인사한다.
토트넘은 3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애스턴 빌라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최대 관심은 토트넘 전력의 절반 이상으로 불리는 손흥민의 복귀 여부다.
그가 최근 3차례 공식전에 빠졌고, 7차례 공식전 중 한 차례에만 모습을 드러낸 만큼 애스턴 빌라전에도 빠지면 부상의 장기화로 접어들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전만 해도 애스턴 빌라전에서의 손흥민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토트넘 뉴스'가 같은 날 손흥민이 허벅지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매체에 따르면 피지오 테라피스트이자 피지컬 테라피 박사 학위를 가졌고, 체력 및 역학 코치, 스포츠 사이언티스트인 라지팔 브라르 박사는 손흥민이 경기 출전을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체력 테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손흥민이 애스턴 빌라전 출전도 불투명하다고 확신했다.
브라르 박사는 "손흥민의 부상은 4등급의 허벅지 부상 중 2등급으로 보인다. 훈련에 복귀하더라도 통제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분적인 훈련이 될 것"이라며 "주말 경기 출전이 아예 불투명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의심스럽고 마지막 체력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브라르 박사의 견해와 달리 토트넘을 지휘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애스턴 빌라와의 홈 경기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손흥민의 복귀를 단언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1일 토트넘 훈련장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전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손흥민이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음을 알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티모 베르너는 주말 경기에 기회가 있다"며 둘의 부상이 크지 않음을 설명하고는 "손흥민도 오늘 훈련을 했다. 내일도 훈련하면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련 도중 햄스트링 통증 등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손흥민이 애스턴 빌라전을 통해 컴백 무대를 갖게 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최근 손흥민의 출전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한 번 다친 곳이 다시 다친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 컴백에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의 부상은 지난달 27일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첫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후반 중반 도미니크 솔란케의 골을 돕고도 햄스트링을 다쳐 전열에서 이탈한 것이다.
당시엔 경미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손흥민은 이후 토트넘 3경기를 연달아 쉬었고, 이달 중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도 뒤로 하고 회복에 집중했다.
지난 19일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엔 선발로 나섰고 복귀 축포를 터트렸으나 다시 3경기를 연속으로 쉬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1월 첫 경기인 애스턴 빌라전에선 복귀가 사실상 확정됐다.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 동영상에서 밝은 모습으로 훈련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는 점을 알렸다.
손흥민이 돌아오면서 토트넘-애스턴 빌라 맞대결은 판이 바뀌었다.
손흥민이 애스턴 빌라와의 맞대결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스포츠몰은 "손흥민이 돌아오면 토트넘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애스턴 빌라는 과거에도 손흥민 활약에 종종 시달려 왔다"며 "손흥민이 출전한다면 10번째로 애스턴 빌라와 맞붙게 되는 셈이다. 이미 그는 빌라전 출전 경기 수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자랑하고 있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은 빌라와 9번 만나 팀간 전적은 5승4패를 기록했으나 공격포인트는 7골 3도움, 총 10개로 경기 수보다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애스턴 빌라의 거친 미드필더 혹은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어떻게 다룰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특히 애스턴 빌라에선 스코틀랜드 출신 미드필더 맥긴, 폴란드 국가대표 오른쪽 수비수 매트 케시가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둘 모두 지난 시즌 거친 수비수 토트넘 선수들에게 악몽을 안긴 적이 있어 주목된다.
캐시는 지난해 11월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서 8개월 재활 끝에 그라운드에 조금씩 나선 뒤 당시 경기에 처음 선발 복귀한 로드리도 벤탄쿠르를 거친 태클로 쓰러트려 논란이 됐다.
벤탄쿠르는 전반 24분 돌파 과정에서 캐시의 거친 발목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나 심판은 위험한 반칙을 가한 캐시에게 경고를 주는 것에 그쳤고, 토트넘 팬들이 격분했다.
악연은 지난 3월에도 일어났다. 토트넘 홈구장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전에서 맥긴이 갑자기 질주하더니 자신의 오른쪽 다리로 홈팀 왼쪽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의 오른쪽 허벅지를 강하게 타격한 것이다. 우도기는 바로 쓰러졌고 이내 일어나 맥긴에 다가가려 했으나 통증이 심했던 듯 다시 주저 앉았다.
토트넘 선수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맥긴과 신경전을 벌였다. 주장 손흥민은 간신히 상황을 진정시켰다.
지난 시즌 두 경기에서 연달아 악연을 쌓은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두 팀 선수들의 신경전이 예고된다. 특히 애스턴 빌라는 손흥민을 무조건 막아야 하기 때문에 그가 막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할 수 있다.
두 팀의 극과 극 상황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애스턴 빌라가 2부를 내려갔다가 오는 바람에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10년 생활에도 9번밖에 만나지 못했으나 지금 상승세는 확실히 애스턴 빌라에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4승 1무 4패(승점 13)를 기록하며 순위가 8위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깜짝 4강을 일궈낸 애스턴 빌라는 이번 시즌에도 5승 3무 1패(승점 18)를 찍으면서 아스널에 득실 차에서 뒤진 4위다. 애스턴 빌라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거함 바이에른 뮌헨을 제압하는 등 3연승을 달리며 유럽을 놀라게 하는 중이다.
손흥민이 들어가면 달라진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애스턴 빌라의 승리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골과 도움에 모두 능하며 애스턴 빌라를 여러 차례 울린 손흥민의 존재감에 있다. 그런 만큼 손흥민이 다치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는 게 토트넘 입장에선 절실하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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