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동아회원권그룹 김영일 회장의 골프열정과 KPGA , 그리고 프로

[안성찬의 골프이야기]동아회원권그룹 김영일 회장의 골프열정과 KPGA , 그리고 프로

골프경제신문 2024-11-02 13:44:59 신고

김영일 동아회원권그룹 회장.
김영일 동아회원권그룹 회장.

[장수(전북)=안성찬 골프대기자]“회장님, 남자 프로대회가 턱없이 부족한데 올해 대회 한 개만 창설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확률은 반반이었다. 그런데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멀리서 들려오는 폰의 소리는 “합시다”였다. 그렇게해서 프로대회가 하나 생겼다. 대회 기근에 시달리는 선수들은 물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도 신났다. 상금이 크고 적은 문제가 아니었다. 올 시즌 22개 대회 중 21번째 대회가 새로 탄생한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프로골프대회를 하기가 쉽지가 않다. 상금뿐만 아니라 대회경비 등 적은 돈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회 창설에 '통 큰'를 결정을 내린 주인공은 동아회원권그룹 김영일 회장이다. 김영일 회장은 최근에야 뜸했지만 한창 잘나갈때는 프로대회 뿐만 아니라 선수후원에도 물심양면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한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대회는 전북 장수의 장수골프리조트 사과-나무코스(파71·7165야드)에서 3일까지 열리는 KPGA투어 동아회권권그룹 오픈(총상금 7억원,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이다. 상금이야 7억원이지만 부대경비까지 보태면 12억원 정도 써야 한다. 단일기업으로는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영일 회장의 골프에 대한 '진심'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의 골프사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추석전후로 대회 창설을 결심한 뒤 골프장도 장수골프리조트로 바로 결정했고, 동아회원권 임직원들이 서너번의 회의 거쳐 일사천리로 끝냈다. 홀인원 상금도 5000만원이나 걸었다.   

물론 장수골프리조트(대표이사 이용규)도 페어웨이를 그린에 사용하는 최양질의 벤트그래스로 교체한 뒤에 처음 하는 프로대회이기 때문에 홍보 및 마케팅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골프장을 선뜻 내줬다. 

대회 창설은 그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 특히, 된다 싶으면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본다. 하다가 안 되면 바로 접는다. 결심도 빠른데 포기는 더 빠르다. 사업체질인 셈이다. 이것이 그를 오늘날 동종업계에서 1위에 오르게 한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그가 동아회원권그룹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게 최고의 반석위에 올려 놓은데는 생활철학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 '하면 된다'가 그의 신조다. 직원 300여명, 전국지사 7개를 갖출 정도로 탄탄했던 동아회원권그룹은 동종업계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골프장업계의 모범기업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손색이 없다.  한번 먹이감을 물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아마존의 맹수같다. 이것이 그가 지닌 최대의 강점인 ‘동물적 감각’이다.

김영일 회장과 변진재.
김영일 회장과 변진재.

에피소드 한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회원권 업체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강원도의 한 콘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기업 회장이 회원권을 구입하고 싶은데 계약금을 지불할 현찰이 없으니 서울가서 하자고 했다. 눈보라가 치는 칠흙같은 밤이었다. 그는 회장의 신용카드를 달라고 한 뒤 강릉 시내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ATM(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뽑기 위해서다. ATM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눈을 동반한 강추위에서 뛰었지만 온몸이 땀범벅이 된 그를 지켜본 회장은 혀를 내두르며 바로 회원권 매입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그가 레저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취업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제대하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대학 졸업이 조금 늦어졌다. 그때 생각했다. 그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또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업종이 있을까'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레저 회원권이었다. 80년대 초 막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 콘도와 스키였다. 이 업계에서 반드시 '최고봉'에 이르겠다고 가슴 깊이 새겼다. 레저 관련 기업에 입사했고, 세일즈를 시작한 것이다. 

“스키 이용권을 갖고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부산은 사실 1년 내내 눈을 볼 수가 없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이곳을 택한 것이지요. 남들은 스키라는 단어도 생소한 부산 사람들에게 어떻게 판매가 가능하겠느냐고 회의적이었지만 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하지 못하거나, 하기 어려운 일을 동경하게 되거든요. 이것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의 영업력은 뛰어났다. 남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시장을 개척했던 것이 주효했다. 영업실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레저업계 특성상 회사에서 그는 매번 1위를 독차지를 했다.

90년대 들어 레저업계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는데, 스키와 콘도에서 골프장회원권으로 옮겨간 것이다. 골프가 폭풍성장하기 시작했다. 영업에 타고난 자신감을 가진 그는 독립을 그렸다. 발품을 판 만큼 실적이 비례하는 시장 상황을 잘 판단한 것이다. 말이 창업이지 직원 서너명과 책상 몇 개 놓고 일단 일을 벌였다. 1996년도 일이다. 동아회원권그룹은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겨우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회원권 업계에서 잘 나가던 에이스회원권거래소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가 이제는 동아회원권이 부동의 선두자리를 꿰찾다. 회원권 업계에서 '동아'는 ‘신뢰'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동아회원권의 눈부신 성장에는 두 가지 공존한다. 김영일 회장의 미래를 바라보는 탁월한 감각과 승부근성, 그리고 직원들의 열정이다. 일을 맡으면 날밤을 새워서라도 한다. 그도 퇴근을 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함께 야식을 함께 하고 밤샘을 한다. 바쁠 때는 말단 직원이 해야 할 일도 도맡아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한눈을 팔지 못한다. 회장이 옆에서 일하는데 누가 딴 짓을 하겠는가. 야근을 하고 일을 마치면 전 직원들과 어울려 포장마차도 찾고, 더 늦으면 찜질방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동아회원권그룹 여자프로구단 창단식.
동아회원권그룹 여자프로골프구단 창단식. 왼쪽부터 강대표 이사(골프단 단장), 서하경, 고나현, 차민정, 지주현, 유수연, 김지수, 박신영, 민춘호 동아회원권 대표이사. 

그가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뛰어난 분양능력이 한몫했다. 상장을 하고 그룹사로 잘 나갈 때 지사직원까지 합쳐 300여 명 정도였다. 이때 회원권을 전문으로 하면서 골프투어 여행사와 골프엔지니어링은 자회사로 두고, 골프전문지까지 발행했다. 

요즘에야 분양시장이 많이 움츠려 들었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회원제 골프장의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회원권 분양시장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동아회원권은 당시 에머슨퍼시픽그룹의 모든 골프장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한꺼번에 십여곳의 분양도 동시에 했다. 덕분에 에머슨퍼시픽 그룹은 레저업계의 신흥강자로 자리 잡았고, 동아회원권도 급성했다. 물론 다른 골프장도 분양은 거의 100%였다.

동아회원권의 분양방식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대부분 회원권거래소가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것을 탈피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일단 분양할 골프장에 대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서 장점을 찾아냈다. 특히, 골프장 인근 지역을 찾아 골퍼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양 가능한 금액을 산출해 냈다. 그런 뒤 홍보 마케팅에 집중했다. 동아회원권에서 직접 발행한 골프잡지와 일간 미디어에 홍보를 총동원했다. 그리고 관련 책자를 만들어 수십만 명을 갖고 있는 동아 DB를 활용해 발송했다. 대기업과 최고급 아파트에도 홍보물을 직접 돌렸고, 주말에는 전 직원이 골프장 입구에서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주말에 홍보하는 곳은 동아직원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 아직도 업계의 전설처럼 돼 있다. 골프장 내에는 분양 데스크를 마련하고 본사에서 파견한 직원이 상주했다. 이런 작업은 분양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는데,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한꺼번에 상상, 그 이상의 홍보마케팅 비용에 쏟아부었다. 또한 서울, 부산, 호남. 충남지사의 분양팀 전 직원이 매달렸다. 성공하면 반드시 직원들에게 보상을 했다. 이것이 오늘날 동아를 있게 하고, 동아회원권만이 가진 독특한 기업문화가 됐다는 얘기다. 

동아회원권은 2000년부터 대회를 창설해 주최하거나 각종 골프대회에 후원을 했다. 2016년 동아회원권 KLPGA 챔피언스 오픈의 메인스폰서로 나섰다. 남여 프로 13명으로 골프단을 창단해 운영도 했다. 2017, 2018년 KPGA 동아회원권 다이내믹 부산오픈을 주최하기도 했다.

상금 및 대상포인트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장유빈.
상금 및 대상포인트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장유빈.

동아회권권그룹은 비단 골프대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공헌에도 활발하다. 2007년부터 어려운 이웃돕기 '사랑의 온그린'을 시작해 지난해 창립 30주년 사회공헌 자선골프대회를 통해 고액의 기부를 했다. 특히, 3년간 지적장애가 있는 어린이 및 성인을 위한 세계 최대규모의 스포츠 단체인 스페셜올림픽에 기부를 했고, 전 직원이 스페셜 올림픽 체육대회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서울시에서 지정하는 'Hi-Seoul 서울시 우수기업브랜드에 뽑혔고, 2022년 NICE 평가정보에서 씀씀이가 바른기업으로 기술평가 우수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동아회권권그룹은 회원제 골프장이 줄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신개념 회원권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동아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다(DA)골프멤버십'이다. 4인 무기명 멤버십으로 기업체의 부킹을 해결해 주고 있다. 수도권 20여개 골프장 등 전국 50여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전용예약실을 갖추고 멤버십 가입한 기업에게 전화, 모바일, 인터넷으로 부킹을 해주고 있다. 국내 대기업 및 중고기업 800여개 법인에서 이용중이라는 것이 동아회원권 측 설명이다.    

김영일 동아회원권그룹 회장은 “국내외의 경기침체가 심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감소 등으로 기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사회공헌이나 회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죠. 이번 남자프로골프대회도 그 일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회사의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한다면 회사의 발전이 없습니다. 항상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회사가 할이 아닐까요.”

골프장 경영과 회원권시장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시점에서 김영일 회장이 이끄는 동아회원권그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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