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극심한 가뭄 발생 지역 3배 넓어져' - 연구 결과

'1980년대 이후 극심한 가뭄 발생 지역 3배 넓어져' - 연구 결과

BBC News 코리아 2024-11-02 09:45:17 신고

3줄요약
니야쿠마와 남편 선데이
BBC
남수단에 사는 니야쿠마와 남편 선데이는 가뭄으로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져 힘들어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가뭄이 발생한 지역 면적이 3배로 증가했다는 최신 기후 변화 영향 보고서가 발표됐다.

‘건강 및 기후 변화에 관한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지표면의 48%가 최소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는데, 평균 15%였던 1980년대에 비하면 많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가 3개월 이상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에는 평균적으로 5% 정도였다.

이번 새로운 연구는 가뭄과 관련된 가장 최신 세계 데이터로, 가뭄이 얼마나 빠르게 심해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극심한 가뭄은 6개월간 비가 거의 오지 않거나, 식물이나 토양 등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증발이 일어난 이후를 말한다.

이렇게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 생활 식수 및 위생, 식량 안보, 공중 보건이 즉각적으로 위험해지며, 에너지 공급과 교통망, 경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연적인 기상 현상부터 사람의 토지 이용 방식에 이르기까지 개별 가뭄의 원인은 복잡하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강우 패턴이 변화하면서 일부 지역은 가뭄이 더 잦아지고 있다.

남미, 중동,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반도) 지역에서 특히 가뭄이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남미 아마존의 경우 가뭄으로 인해 기상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가뭄은 비구름 형성을 자극하는 나무를 말려서 죽이는데, 이는 섬세하게 잘 균형 잡힌 강우 주기를 방해해 결국 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뭄 피해 지역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BBC

그러나 넓은 면적의 지표면이 건조해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극심한 폭우도 잦아지고 있다.

1961~1990년의 평균 기준과 비교했을 때 지난 10년간 전 세계 61% 지역에서 극심한 폭우가 잦아졌다.

가뭄, 홍수, 지구 온난화 사이의 연관성은 복잡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토지에서의 수분 증발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건기가 더욱더 건조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강우 패턴도 바꿔놓고 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 수분이 공기 중으로 증발한다. 공기 또한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된다. 이 수분이 육지로 이동하거나 폭풍을 형성하면 폭우로 이어진다.

‘란셋 카운트다운’의 이번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우선 가뭄으로 인해 1990년대에 비해 지난해 기준 1억 5100만 명이나 더 많은 사람들이 식량 문제로 인한 영양실조를 겪게 됐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더위 관련 사망자도 90년대에 비해 무려 167%나 증가했다.

게다가 기온이 치솟고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모기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뎅기열 환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뎅기열, 말라리아, 웨스트나일바이러스는 과거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곳까지 퍼지고 있다.

아울러 먼지 폭풍이 잦아지면서 수백만 명이 오염된 대기에 노출되고 있다.

‘란셋 카운트다운’의 마리나 로마넬로 이사는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조건, 우리의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조건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 월드 서비스는 ‘Life at 50 degrees(50도에서의 삶)’ 시리즈를 위해 이미 물 수요가 많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기온이 높은 지역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폭우로 물 공급이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2020년부터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일부 지역에는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가뭄으로 농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시리아의 말라버린 강
BBC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의 카보르 강은 말라버렸다

시리아 북동부 소재 인구 100만 명의 도시 하사카는 지난 몇 년간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태다.

‘하사카 도시 수도 위원회’의 수질 검사 책임자인 오스만 가도는 “20년 전에는 카보르 강으로 물이 흘러들었으나, 수년간 비가 오지 않으면서 강이 말라 버렸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을 구하기 힘들어지면 보통 땅을 파서 직접 우물을 만들곤 한다. 그러나 지하수가 오염돼 질병 감염 위험이 도사린다.

현재 하사카의 식수는 25km 떨어진 수도 시스템에서 공급되는데, 이조차도 지하수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연료가 부족하고 또 말라붙고 있어 힘든 상황이다.

시민들이 옷도 빨지 못하고 아이들을 씻기지도 못하면서 피부질환 및 설사 환자가 만연하다.

한 주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물을 구할 수 있다면 이웃을 죽일 수도 있다”면서 “매일 우리는 목이 마르다”고 토로했다.

한편 남수단의 경우 지난해 최소 1달 이상 가뭄이 이어진 지역이 국토의 77%에 달하며, 6개월간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곳도 절반이나 된다. 이와 동시에 홍수 피해를 입은 이들도 70만 명 이상이다.

남수단의 마을 장로인 니야쿠마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물에 들어가면 병에 걸린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은 영양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니야쿠마 또한 몇 달 사이에 말라리아에 2번이나 감염됐다.

니야쿠마의 가족들은 지난해 홍수로 키우던 소를 모두 잃어 지금은 정부 지원금 등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또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하고자 노력한다.

니야쿠마의 남편인 선데이는 홍수로 엉망이 된 물속에서 수련 뿌리를 찾으며 “이걸 먹는다는 것은 사실 진흙을 먹는 셈”이라고 한탄했다.

가뭄이 들면 강과 호수가 말라붙고, 토양이 타서 딱딱해져 식물들이 보호막을 잃게 된다. 폭우가 내리면 물이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저 흘러내리면서 갑작스러운 홍수로 이어진다.

로마넬로 이사는 “식물은 극심한 가뭄에도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지만, 홍수는 정말로 식물의 생리를 교란시킨다”면서 “이는 식량 안보와 농업 부문에 정말 나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가뭄과 폭우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해부터 당장 기록상 가장 무더운 해였다.

로마넬로 이사는 “현재 우리는 기후 변화에 겨우 적응하는 단계”라면서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지닌 능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피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게 내버려둘수록 상황은 더 나빠져만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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