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26년간 지도자 생활을 돌아보면 지하 10층에서 시작한 것 같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의 김판곤 감독이 팀에 3연패를 선물했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36라운드 강원FC와 홈 경기서 2-1로 승리하면서 남은 2경기와 관계없이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김 감독은 그간 K리그를 비롯한 한국 축구계에서 ‘비주류’로 꼽혔다. 현역 은퇴 후 1998년부터 지도자로 나선 김 감독은 중경고를 시작으로 2000년 홍콩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2005년 부산 아이파크의 수석코치로 부임해 이듬해 감독 대행을 맡았지만, K리그 정식 감독 경험은 없었다. 오히려 행정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아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 것으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갈증이 있었다. 2022년 1월 대한축구협회를 떠나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은 올해 7월 28일 울산의 12대 감독으로 선임됐고, 이는 울산 구단 역대 최초 울산 선수 출신 정식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이 부임할 당시 울산은 4위로 쳐져 있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축구 대표팀으로 떠나고 감독 대행으로 치른 3경기선 1승 2패로 주춤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부임 후 팀은 빠르게 재정비됐다. 울산을 맡고 난 이후 첫 경기였던 26라운드 대구FC전에서 1-0 승리를 시작으로 11경기서 8승 2무 1패로 빠르게 팀을 다잡으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김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소방수를 많이 맡았다. 자신감을 가지고 울산에 왔다. 처음에는 기대도 되고, 자신감도 넘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았다. 특히 4위에서 올라와 선두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 한 달은 ‘제 선택이 잘못됐나?’라는 후회도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늘 감독의 말을 신뢰해 준 것이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데뷔 3개월 만에 우승을 달성한 김 감독은 1996년에는 선수로, 28년 후인 2024년에는 감독으로 울산의 우승을 선물한 진기록도 세웠다. 그는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울산에서 불러줘 너무 감사하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부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을 안다. 도장 깨기의 심정으로 팬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바 있고, 결국 팬들이 가장 원했던 리그 우승을 선물했다. 울산은 이번 우승으로 3연패와 함께 역대 우승 횟수를 5회(1996·2005·2022·2023·2024년)로 늘렸다. 이는 성남FC(1993~1995년·2001~2003년), 전북 현대(2017~2021년)에 이은 역대 3번째 3연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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