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며칠 앞두고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이 좋아하든 아니든"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발언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모욕적"이라며 비판했다.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 및 여성 혐오 관련 전력이 재부각 되는 분위기다. 외신은 과거에 이뤄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련 행각을 몰랐던 젊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를 접하고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보면 10월31일(이하 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취재진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여성에게 매우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포함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성, 권한, 권리, 능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세에서도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무엇이 자신의 최선의 이익인지 알고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여성의 지성과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공세를 이어 나갔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 그린베이 유세에서 "약 4주 전" 자신의 고문들이 "여성을 보호하고 싶다"는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그 말을 하지 말라고 말렸음에도 그들에게 "난 여성들이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을 "이민자", "미사일로 우릴 공격하려는 외국"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며 "이 거대한 경기장에 있는 여성 중 보호 받고 싶지 않은 여성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몸에 대해 무엇을 할지 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그걸 좋아하든 아니든 말이다"라고 재차 공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선거캠프는 "위스콘신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여성의 선택을 얼마나 가치 없게 여기는지를 상기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으로 최근 "쓰레기" 파문으로 얼룩진 미국 대선 막바지 관심이 여성 혐오로 옮겨 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해 라틴계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쓰레기"로 지칭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실언을 내 놔 양쪽이 공방을 벌였다.
외신들은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 및 여성 혐오 전력이 환기될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가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적 학대 관련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1996년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평결했다.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선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성적 공격도 수차례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더해 최근 "여성 성기를 움켜쥐라"는 성폭력을 옹호하는 듯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05년 발언이 녹음된 이른바 '액세스 헐리우드 테이프'를 젊은 유권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내용은 2016년 처음 보도돼 당시 청소년이었던 젊은 유권자들은 이에 대해 잘 몰랐다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주에 사는 학생 케이트 설리번(21)은 <워싱턴포스트>에 "내 친구 중 누구도 이걸 들어본 적이 없을 것 같다"며 이번 주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를 접하고 "우리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액세스 헐리우드 녹음본과 함께 "아버지들이 이 남자에게 투표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렸다. 이 영상은 260만 회 가량 조회됐다. 설리번은 2016년 선거 당시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이겼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쟁점 중 하나가 2022년 연방대법원이 되돌린 임신중지권 보호인 만큼 해리스 부통령은 전체 여성 지지율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 지난 20~23일 유력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미 시에나대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유권자의 54%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42%에 그쳤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성 유권자 지지 55%를 확보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최대 유권자 집단인 백인 여성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백인 여성 유권자들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 힘을 실어줬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45%)이 출마한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47%)이 더 높았고 2020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53%, 바이든 대통령이 46% 지지를 받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2020년 대선 당시보다 격차가 좁혀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21일까지 한 달 간의 로이터·입소스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것과 2020년 같은 기간의 결과를 비교했을 때, 2020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인 여성 집단에서 12%포인트(p) 우위를 누렸지만 최근엔 우위가 3%포인트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9월27~10월1일 실시된 NPR·PBS·마리스트폴 공동 조사에서도 백인 여성 등록 유권자의 5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47%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해 격차는 3%포인트였다. <뉴욕타임스>는 자사와 미 시에나대의 최근 공동 조사에선 백인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약간 앞서고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 전반에 파급력이 있는 재생산권 뿐 아니라 공화당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는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여성들을 겨냥해 자녀 세액 공제 등 돌봄 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NPR·PBS·마리스트폴 조사에 따르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백인 여성 유권자의 경우 5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41%만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여론조사원인 셀린다 레이크는 <뉴욕타임스>에 여성들이 친구나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조용히"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신에겐 당신만의 방식이 있고 당신의 딸과 손녀를 위해 투표할 책임이 있다"고 여성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모든 백인 여성의 표를 얻을 필요는 없고 백인 남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기운 만큼의 표만 상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서 이미 6000만 명 이상이 대선 사전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31일 <워싱턴포스트>는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사전 투표자들 사이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19~29%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격차가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우위폭(8~16%포인트)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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