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의 위상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묵묵히 우리 무기체계의 완벽한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한민국 중소 방산업체들이 있습니다. ‘방산UP’은 더 높이 올라갈 K-방산업체들의 성장과 혁신 스토리를 전합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세이런(조류형 생체모방 드론)을 샀다고요?”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는 지난 8월 본 매체와 인터뷰 중 조류형 생체모방 드론인 ‘세이런’의 중동 수출 사실을 밝혔다. 기자는 작년 한 방산전시회에서 세이런을 흥미롭게 본 터라 중동 수출 소식이 놀라웠다.
팔월삼일은 2019년에 설립된 젊은 국방 스타트업이다. 창업한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중동 수출 실적과 탄피받이와 삽탄기로 군 장병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작은 방산업체다.
팔월삼일이라는 독특한 기업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2004년 8월 3일 수성 탐사선 메신저호를 발사한 날에서 따왔다고 한다. 맹동주 대표는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에 닿기까지의 기술력과 도전을 상징하면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군 복무 시 장병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국방력 증강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군을 더 좋게 만드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팔월삼일은 사명에 담은 뜻처럼 장병들이 겪는 작은 불편함부터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탄생한 상품이 ‘즉각조치 가능 탄피받이’와 ‘수동급속삽탄기’ 그리고 ‘수동급속탈탄기’다. 이 세 가지 제품은 팔월삼일의 이름을 알린 대표 상품이다.
-
◇ 투명 플라스틱으로 더 편하고 즉각적으로
현재 우리 군은 탄피를 전량 회수할 필요 없도록 규정 완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장병의 안전과 효율적인 탄 관리를 위해 일부 특수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대에서 탄피받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기존 탄피받이는 소총의 장전 손잡이, 탄피 배출구, 약실 등을 덮고 있어 총기기능 고장시 탄피받이를 제거해야만 확인이 가능했다. 아울러 천으로 제작돼 쉽게 해지고 찢어져 탄피가 새는 불편함이 있었다.
-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팔월삼일은 탄피받이를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의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속이 보이게 했다. 또 탄피받이를 제거하지 않고도 기능 고장 시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거기에 훈련에 맞게 탄피수집부를 대용량 KCTC형(육군과학화전투훈련), 망사형으로 교체해 쓸 수 있게 했다.
팔월삼일의 즉각조치 가능 탄피받이는 2022년 출시 이후 약 5만 개가 군에 납품됐다. 특허청 혁신제품과 조달청의 혁신조달상품으로 지정돼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UN 조달사이트(UNGM) 및 미국 연방정부 조달벤더(SAM)에도 등록되어 있는데, 우리처럼 탄피받이를 쓰는 일본, 대만 등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
◇ ‘단번에’, ‘손쉽게’ 만들어 장병의 고충을 해결하다
맹 대표는 군 복무 시절, 사격훈련 준비를 위해 약 5,000발 정도의 탄을 삽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21세기에 아직도 이렇게 손 아프게 수작업으로 삽탄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를 창업하자마자 제일 먼저 ‘수동급속삽탄기’를 만들었다. 삽탄기를 이용하면 30발의 탄알집 삽탄이 단번에 이루어진다. 특히 전시에 수지 부상으로 한쪽 손을 못 쓸 때도 쉽게 삽탄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팔월삼일은 삽탄기와 함께 ‘수동급속탈탄기’도 함께 개발했다. 탈탄기는 현행 작전부대에서 자주하는 ‘낱발실셈’시 탄알집의 손상 없이 5.56mm탄을 손쉽게 한 발씩 넣고 뺄 수 있도록 했다.
-
삽탄기와 탈탄기 개발로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수행하던 고충을 해결하고, 억지로 탄을 넣고 빼면서 발생하는 기능 고장을 막아 탄알집과 탄피의 손상도 줄였다.
두 제품은 미 군사 표준(MIL-STD-810G)을 통과했으며, 2022년 상반기 우리 군 우수상용품 시범 사용 대상 제품에도 선정됐다. 현재 해군과 군수사에 4,500개, 해병2사단에 1,100개가 초도 납품돼 사용 중이다. 육군 3개 부대에서도 시범사용 중이다. 특히 삽탄기는 UAE(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에 수출됐다.
-
◇ UAE를 매료시킨 독수리와 ‘똑 닮은’ 드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드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며 다양한 활용법과 여러가지 실험적인 형태의 드론이 나오고 있다. 팔월삼일의 ‘세이런’은 마치 새처럼 자연스러운 날갯짓으로 활공하는 조류형 생체모방 드론이다. 과거 거북, 곤충 등을 활용한 감시정찰용 생체모방 드론 개발이 활발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줄었다.
세이런은 지난해 열린 ‘서울 ADEX 2023’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그간 회전익과 고정익에 국한돼 있던 드론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세이런은 날개와 프로펠러를 동시에 사용하는 드론이다. 처음엔 적의 방공시스템을 기만하기 위해 날개를 쓰며 조류의 움직임으로 천천히 접근 후, 공격 직전 모터 스피드로 전환해 적 전략자산을 타격하는 자폭드론이다. 세이런은 중량 2kg 이하 조립식 기체로 도수 운반에도 편리하다.
-
실제 비행 중인 세이런을 보면 자연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맨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맹 대표는 “경상북도 영주시 비상활주로에서 비행 실험 중 실제 독수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다른 새로 오인해 쫓아내려고 한 적이 있다”며, 이러한 점을 활용해 항공 부대에서 새를 쫓는 버드 스트라이크 관리용으로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ADEX 2023에 전시된 세이런을 흥미롭게 보던 UAE 군 관계자는 세이런 시제기 2대를 구매하길 희망했고, 실제로 2024년 7월 수출에 성공했다. UAE 군 관계자는 “세이런 드론을 실제 사용해 본 결과, 드론의 생체모방 설계와 고급 기술이 결합된 점이 매우 뛰어나다”며 “우리 군사 작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앞으로의 협력에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 ▲ [방산UP] 새와 똑같은 생체모방 드론, 탄피받이, 삽탄기, 탈탄기… K-국방 스타트업 ‘팔월삼일’ / 영상 제공=유튜브 ‘Thestory M’
맹 대표는 “국내 방산시장은 아직까지 방산 스타트업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시장”이라며 “작지만 K-방산에 힘을 보태고 활약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방력 증강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국방 벤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 군 관계자들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변석모 기자 sakmo@chosun.com
최신뉴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