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 숲이 황무지로…건물 절반 피해 본 지역도
"체계적 '지역 정리' 작전" 의심…이스라엘 "제한적 공습"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스라엘의 고강도 공격으로 레바논 국경 지역의 기반 시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위성 영상 등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남부 25개 행정구역에서 26일까지 건물의 약 4분의 1이 파괴되거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WP는 국경 지역에서 최소 5천868개의 빌딩이 피해를 봤고, 가장 심한 공격을 받은 아이타 알샤브와 크파르 켈라 등 두 곳에서는 거의 절반 가까운 빌딩이 망가졌다고 분석했다.
건물 피해의 약 80%는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이튿날인 10월 2일 이후 발생했으며, 파괴의 속도도 2주에 두 배꼴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최초 진격한 지역 중 하나인 크파르 켈라의 경우 최소 46%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고, 올리브 나무가 무성하던 지역이 황무지로 변한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되는 등 '철거 작전'이 진행 중임을 짐작게 한다고 WP는 분석했다.
이 지역 토박이인 코도르 세르한(62)씨는 WP에 "이 전쟁에서는 오늘 서 있던 것이 내일도 그대로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종교 시설에 대해서도 의도적인 파괴가 이뤄지는 모습도 포착된다. 국제법에 따르면 종교 시설을 포함한 문화재는 내부에서 헤즈볼라가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 이상 보호받아야 한다.
건물 피해는 생존의 터전을 파괴해 피란민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전방위적 공습으로 레바논 전체 주민의 약 5분의 1이 집을 떠난 상태로 추정된다.
국제난민단체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레바논서 83만4천명 이상이 난민 신세가 된 것으로 집계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이 시작되자 하마스와의 연대를 표명하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라엘 북부를 지속적으로 공격했고, 이스라엘이 반격하면서 레바논 남부를 중심으로 피란민이 계속 증가했다.
WP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전쟁은 (레바논 주민이 아닌) 헤즈볼라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분석가들은 국경 지역의 피해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처럼 체계적인 '지역 정리' 작전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본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많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많은 마을이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독교나 수니파 등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적은 인구 규모가 상당한 마을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자국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지하 터널 등을 무력화하는 것이 작전의 목표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WP에 보낸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의도적으로 이런 시설을 민간인 마을에 매설했다"며 "정확한 정보에 의거해 제한적인 표적 공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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