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 분쟁에 분수령이 될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는 가운데 3자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측이 소액주주들의 표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자연합 48.19%(신동국 회장 18.93%·송영숙 회장 6.19%·임주현 부회장 9.7%·가현문화재단 5.02%·임성기재단 3.07% 등) ▲형제 32.13%(임종윤 이사 12.46%·임종훈 대표 9.15% 등)로 3자연합 측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실제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23.25%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은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1월28일 열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을 앞두고 신동국 회장(송영숙·임주현 의견 포함)과 형제 측에 최근 서면질의를 발송했다.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한미 서둘러 미래를 준비해야”
신 회장은 답변을 통해 형제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정상적인 인사를 통해 갈등을 키우는 것은 물론, 전문경영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본인들의 상속세 등 재무문제를 외부 재무 투자자를 통해 해결하려는 등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영을 정상적으로 할지 의심이 된다고 일갈했다.
현재 상황에서 재무 투자자들이 개입하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R&D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경영권 분쟁이 지속돼 한미의 경쟁력을 약화된다고 우려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주가치를 보장하려면 현재 주식 배분에 맞는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고, 재무문제가 있는 경영진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경우 소액주주의 권리가 무시될 것이라는 게 신 회장 판단이다.
신 회장은 형제 측의 근거 없는 헐뜯기에 대해 반박했다.
앞서 형제 측은 지난 9월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 회장이 한미약품의 핵심역량인 R&D에 대해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하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추가 R&D 투자는 필요없다’고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의 R&D 투자는 회사의 핵심 미래가치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R&D는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신약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는 철학이기도 하다”며 “오히려 지금보다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의 미래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신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과 같은 회사의 주가를 한번 봐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지금 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미는 어떤가”라며 “이 엄중한 시기에 분쟁이 1년이나 지속되고 있다. 빨리 이 상황을 안정시키고 한미는 서둘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 전문경영인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나는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전문경영인과 함께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위법적 활동을 막고 한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43%를 가진 신 회장은 지난 7월 3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가진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수했다. 한양정밀의 보유분까지 포함한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18.92%까지 늘어나 임종윤 사내이사(12.46%), 임종훈 대표(9.15%) 보다 더 많은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한미사이언스 “3자 연합, 의도 의심스러워”
형제 측을 대변하는 한미사이언스는 외부 투자자 유치는 오버행 이슈 해결 및 한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반박했다.
오버행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가족 전체’의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자금과 대주주의 주식을 미래 가치로 평가해서 투자할 수 있는 투자 구조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가 검토한 투자자들이 제안한 구조는 단순한 회사의 매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이를 통해 기업의 본연을 가치를 높여 이익을 모든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한 신 회장은 한양정밀이란 회사를 보유하고 있을 뿐 유수의 투자자들처럼 한미의 제약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영적 자질, 그리고 성장 기여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대형 투자자들과 신 회장 중 누가 더 한미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지, 전체 대주주의 오버행 이슈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소액주주연대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주사의 주요 역할에 맞춰 임종훈 대표가 직접 이끌고 주요 사업회사(한미약품)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 및 비유기적 성장(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핵심 인재를 선임할 계획이다.
특히 한미사이언스는 여러 차례 요청을 했음에도 3자 연합이 전문경영인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데다 이번 임시주총 안건에 사내이사 임주현,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안을 상정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진입할 경우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될 수 있어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이 같은 이사 후보 추천은 3자연합 측이 주장한 전문경영인 선임과도 배치되며 소모적인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3자 연합은 ‘대주주 공동의사 결정 체제’를 제안했는데 이는 결국 대주주가 경영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위해 ‘자본준비금 감액’을 이번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안건에 상정했다. 이는 주식발행초과금 중 1000억 원을 감액해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함으로써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을 증가시키는 방안으로 개인 주주들은 비과세 혜택을 통해 배당금의 100%를 수령할 수 있으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추가 세금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도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사이언스 측은 “한미사이언스 및 임종훈 대표는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소액주주 측에서 공개적으로 한미그룹의 성장 및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면 언제든 환영하고 회사는 진지하고 투명하게 긍정적인 검토를 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 안건으로는 기존 10명 이내로 정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 수를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과, 신동국 회장(기타비상무이사), 임주현 부회장(사내이사) 등 이사 2인 선임의 건, 자본준비금 중 주식발행초과금에서 1000억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자본준비금 감액의 건 등이 상정됐다.
아울러 한미약품도 오는 12월19일 서울특별시 교통회관에서 임시주총을 연다. 안건은 ▲박재현 사내이사(대표이사 전무) 해임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이사 선임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이사 선임 등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