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강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자행한 팬이 파리생제르맹(PSG) 서포터즈에서 영구 제명됐다.
31일(한국시간) PSG는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PSG는 어떠한 인종차별에도 관용하지 않는다. 이강인에게 인종차별을 한 팬은 서포터즈에서 영구적으로 제명한다. 이강인은 훈련 이후 즉각 사과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강인은 지난 26일 선수단 훈련을 마치고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올랭피크마르세유와 ‘르 클라시크’를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진행된 행사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던 한 팬이 이강인을 향해 “가보자고, 중국인(Allez mon Chinois)”라고 외쳤다. 유럽에서는 아시아인은 ‘중국인’으로 뭉뚱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에 해당한다.
이강인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이러한 종류의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마요르카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당시 이강인을 견제할 목적으로 원정팬들이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다. 심지어 하비에르 아기레 당시 마요르카 감독이 이강인을 ‘중국인(chino)’이라 지칭했던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이강인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감독과 선수 관계라는 특수성 속에 마요르카 측에서도 사과 없이 사건을 흘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크게 보면 지금까지 한국인 선수들이 당했던 인종차별과 그 궤를 같이한다. 로드리고 벤탕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의 유니폼을 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지도 모른다. 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7월에는 프리시즌 경기를 치르던 황희찬이 상대팀 코모 선수에게 “자기가 재키 찬이라고 생각하나봐”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모두 아시아인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인종차별적 발언들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부터 팀의 준주전급 선수로 PSG가 3개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번 시즌에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뢰 속에 충분한 기회와 휴식을 부여받고 있다. 게다가 이강인을 찾는 한국인 팬들도 많아 PSG 팬이라면 이강인이 한국인임을 명백히 알 수 있음에도 그를 '중국인'이라 지칭한 건 구단에서도 묵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PSG는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해당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나갔기 때문에 조사에 착수했고 인종차별을 한 팬의 신원을 특정했다. 해당 팬에 대해서는 PSG 서포터즈에서 영구 제명함으로써 향후 PSG와 관련한 어떠한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PSG는 최근 팬들의 차별적 언행 때문에 몸서리를 앓는다. 지난달에는 스트라스부르와 경기에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모욕이 PSG 팬들에게서 쏟아졌고, 프랑스 프로축구연맹 징계위원회는 해당 팬들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PSG가 치르는 다음 경기에서 오퇴유 스탠드를 일부 폐쇄하는 징계도 내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Por la camiseta' 캡처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