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구한다"…생존자들은 현수막 들고 배상금 요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그리스 마을을 찾아가 사죄했다.
3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그리스 크레타섬의 칸다노스 마을을 방문해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독일이 이곳에서 저지른 심각한 범죄에 대해 생존자 및 유가족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 대통령으로서 이곳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독일의 수치로 남은 이 장소를 빼놓고 크레타섬을 방문할 수는 없었다"며 "점령군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에 숨이 멎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전범 처벌이 수십 년간 늦어졌고 전후 정부가 침묵을 지켰다고도 사과했다.
칸다노스 마을은 1941년 독일군의 점령 후 보복 학살이 벌어진 곳이다. 희생된 민간인은 최대 189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 이후 독일 대통령이 마을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유족과 생존자들은 이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앞에서 "정의와 배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앞서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전쟁 배상금 문제를 제기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요구다.
그리스는 독일에 2차 대전 피해 배상 3천95억 유로(약 462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1960년 배상금 1억1천500만 마르크를 지급했고, 서독과 동독이 1990년 통일할 때까지 그리스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전후 처리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앞서 그리스의 요구에 "이 문제는 과거에 해결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날 그는 그리스 점령 기간 나치의 잔학 행위를 추모하는 '독일-그리스 미래 기금' 예산안을 독일 정부가 삭감한 것을 비판하며 의회에 재논의를 촉구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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