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은 탓에 가게 주인의 부탁으로 그들은 합석하게 되었다. 세진은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힐긋거리며 햄버거가 나오길 기다렸다. 노인은 가방에서 노란색 손수건을 꺼내 목에 둘렀다. 노인은 꼭 아이 같기도 했고 노인 같기도 했다.
세진은 햄버거를 먹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할머니. 어떻게 하면 그때까지 살 수 있어요?' 노인은 악의 없는 세진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말없이 탄산음료를 들이켰다. 음료를 빨아들일 때마다 주름이 짙어졌다가 옅어졌다. 젊음이라고는 없었을 것 같은 얼굴이다. 세진은 그것에 시선을 빼앗겨 노인이 자신에게 대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살다 보니 여든이던데."
"잘 사는 방법은 없어요?"
"나 김 말숙이야. 다른 놈들이 할매, 김씨네 아내, 영식 엄마라고 불러도 말숙이야. 이름만 기억하면 돼."
"… 말숙 씨라고 불러도 돼요?"
"좋지. 학생은 이름이 어떻게 돼?"세진은 세진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자신을 부를 때 반 박자 늦게 뒤돌아보곤 했다.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지어 준 이름을 쓰는 게 찝찝했고 동시에 부끄러웠다. 그들을 꼭 부모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었으니까. 어디서 나온 이름일까. 자신을 버리기 직전에 본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름만 기억하면 된다는 말숙의 말에 세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세진 말고 다른 게 필요했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숙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눈, 코, 입이 달린 햄버거의 모자에 알파벳 J가 쓰여 있었다.
"재이. 저는 재이예요."
"어이이야? 아이이야?"
"뭐가 중요하겠어요. 재이인 게 중요하죠."
"그래. 좋은 이름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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