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투데이 이상원기자] 전해질이나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을 ‘초순수(UPW·Ultra Pure Water)’라 한다. 순도 100%의 물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순수는 그에 가장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물을 가득 채운 축구장에서 참깨 한 알 크기 정도의 유기물 등을 허용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초순수 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물과 전기다. 나노(nm)미터 단위의 초미세 가공에 있어서 웨이퍼를 세정하는데 사용하는 초순수는 수소와 산소만을 남겨 무기질과 박테리아를 모두 제거한 유기물 0.01ppm 이하의 물이다.
초순수는 반도체의 에칭 공정 후, 웨이퍼를 깎아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이온 주입 공정 후에 남은 이온을 씻어내거나, 웨이퍼의 연마나 절단할 때에도 사용된다.
이 때문에, 직경 8인치(약 20cm)의 웨이퍼 1장당 7톤 이상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특히, 3nm나 2nm와 같은 미세화 경쟁에서 초순수는 절대적이다.
각 공정의 전후에 웨이퍼를 초순수로 세정하는 과정에서 작은 입자가 남으면 반도체 제조 공정과 수율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반도체업체들은 보다 고품질로 불순물을 포함하지 않는 초순수를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한국수자원공사와 초순수 기술의 자립성 확보와 수산업 육성을 위해 ‘SK 하이닉스 용수공급시설 운영. 관리. 통합수공급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초순수를 비롯해 공공용수를 안정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목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부터 순수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초순수를 자사 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DRAM을 처음 생산한 1980년대부터 일본과 미국의 초순수 생산 기술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9년 7월 한일관계 악화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재료 3개 품목의 수출 관리 조치를 내리면서 초순수 독자 공급을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적 산업이지만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나 부품, 설비는 개발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장기간 일본에 의존해 왔다.
초순수 자체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금지 품목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들 품목과 함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으로 지정, 국산화 개발의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과 SK 하이닉스는 처음에는 초순수 생산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개별적 투자를 진행해 오다 2021년 정부가 초순수 생산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SK에코플랜트, SK실트론 등이 참여, 공동으로 초순수 생산 기술 연구개발과 실증을 진행해 왔다.
특히, SK실트론은 공장 내에 ‘초순수 국산화 실증 플랜트’를 통해 해외 설비를 한국의 기술로 설계. 시공하는 시설과 설계. 시공. 설비 등 전 과정을 한국산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테스트 하고 있다.
이 플랜트에서는 매일 1,200톤의 초순수를 생산해 실증하고 있다.
초순수가 본격적으로 양산,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되면 공급 안정화와 함께 생산 원가 절감 및 수율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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