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한국 시장은 픽업트럭의 불모지로 불려왔다. 타국에 비해 크지 않고 평탄한 지형으로 이뤄진 국내에선 전폭과 전장이 과하게 크고 투박한 체격으로 환영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 기아가 뛰어들며 픽업트럭 시장의 판도도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그간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도 국내 픽업 시장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올해도 KG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칸을 비롯해 GMC 시에라, 포드 레인저, 쉐보레 콜로라도 등이 경합하며 판을 키웠다.
올해 9월까지 팔린 픽업 등록대수는 1만912대. 같은 기간 총 판매량 117만1946대 규모의 1%에 미치지 못하지만, KGM의 렉스턴 스포츠 및 렉스턴 스포츠&칸이 1만여대 가까이 팔리면서 픽업 시장을 이끌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이다. 2800만원대서 시작하는 렉스턴 스포츠와 3000만~4000만원대인 렉스턴 스포츠&칸은 합리적인 가격에 도심주행과 아웃도어 모두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성능으로 주목 받았다.
여기에 포드 레인저, GMC 시에라 , 쉐보레 콜로라도 등 수입차종도 꾸준히 팔리는 모델들이다. 그러나 포드 레인저는 7990만원, GMC 시에라 9380만원 등 시작가가 책정돼 국산 모델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쉐보레 콜로라도 역시 올해 신형을 출시하면서 4000만원대에서 한번에 3000만원을 올려 7000만원대로 출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때맞춰 나타난 모델이 기아 타스만. 타스만은 기아가 최신 상품성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집결해 만든 브랜드 최초 정통 픽업이다.
지난달 29일 사우디 제다모터쇼에서 첫 실물을 공개하면서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고 밝혔지만, 국내 시장 역시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차박, 캠핑 등이 유행하며, 프라이빗한 거주공간으로 자동차가 뜨기 시작했다. 픽업은 기존 화물트럭을 넘어 가족과 함께 여가시간을 즐기는 패밀리카로까지 이용성이 확장됐다.
기아는 이번 타스만을 개발하며, 이같은 고객에 대한 역할 확장에 중점을 뒀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보도발표회에서 “더 기아 타스만은 고객의 삶과 픽업의 가치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고자 한다”며 “탁월한 성능과 실용성, 진보적인 기능을 결합해 라이프스타일 픽업을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실내 디자인에 파격을 가했다. 타스만의 실내는 미학과 실용적인 요소의 조화를 통해 세련되고 기능적으로 디자인했으며, 수평적이고 넓은 조형과 대칭적인 비례를 사용해 안정감과 균형감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특히 편안하고 활용도 높은 2열도 타스만의 특징이다. 중형 픽업 특성상 뒤로 기울이기 어려운 2열 시트를 최적 설계해 타스만에 동급 최초로 슬라이딩 연동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했다. 동급 최고 수준의 레그‧헤드‧숄더룸을 확보해 2열 탑승객의 편안한 이동을 돕는다.
여기에 여가 활용이 가능한 베드 측면 조명, 220V 인버터 등을 타스만에 적용 및 싱글데커 및 더블데커 캐노피, 스포츠 바, 사이드 스텝, 베드 커버, 슬라이딩 베드 등 신뢰할 수 있는 기아 순정 커스터마이징 상품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주행력도 호평이다. 기아는 타스만의 완성도 높은 주행 상품성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를 포함한 미국, 스웨덴, 호주,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4년이 넘는 개발 기간 동안 △오프로드 특화 성능 △내구성 △R&H(Ride & Handling) △트레일링 안정성 △도하 등 1777종의 시험을 1만8000회 이상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281마력(PS), 최대 토크 43㎏f·m를 확보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 수입 브랜드의 픽업 가격이 7000만원대에서 1억원대까지 형성돼 있어, 그 이하일 가능성이 높으며, 렉스턴 스포츠칸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는 예상가격으로 5000만~6000만원대로 보고 있으나, 출시일이 내년으로 예정돼 물가, 환율 등 반영률에 따른 정확한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기아는 타스만의 글로벌 판매량 목표를 10만대로 잡았다. 송호성 사장은 출시회 자리에서 “미국 시장을 제외한 픽업트럭 시장은 200만대 규모로, 기아가 충분히 점유율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본다”며 “초기 점유율은 최소 8만대, 나아가 점유율 4~5%인 10만대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픽업 시장에서 미국을 제외한 이유는 관세 때문이다. 국내서 생산해 북미로 수출할 경우 25%에 달하는 관세가 붙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아는 당분간은 북미 판매 운영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짐을 나르는 투박한 트럭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픽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캠핑이나 나들이에 적합한 패밀리카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콘셉트가 확장되고 있다”며 “내년 기아 타스만의 성공 여부를 바탕으로 픽업 시장 판도가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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