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관리 차원’이라며 고신용자 저리대출만 늘려

‘건전성 관리 차원’이라며 고신용자 저리대출만 늘려

이데일리 2024-11-01 06:20: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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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정두리 기자]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가계대출 관리의 하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릴레이를 펼쳤지만 오히려 인상 릴레이 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연 2%대 차주가 새로 등장했다. 은행권은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통상 2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차주와 시장에선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고 신용자만 대출을 더 늘린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31일 은행연합회의 9월 신규취급액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에 따르면 연 3.0% 미만 비중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각 0.9%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은행은 0.3%, 하나은행 0.1%, NH농협은행 0%다. 연 3.0% 미만 차주 비중은 불과 두달 전만 해도 5대 은행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9월 통계는 8월에 대출이 실행된 데이터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은 전반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차주가 늘었다. KB국민은행은 7월 연 3~3.5%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차주 비중이 27.60%였지만 9월엔 34.90%로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22.30%에서 63.20%로 급증했고 우리은행은 18.80%에서 82.30%로 무려 63.50%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 시기가 주목받는 것은 은행권의 ‘금리 인상 릴레이’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은 7월 초 금리 인상 단행을 시작으로 이달 초까지 20여차례 금리를 올렸다. 실제 이 기간 주요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도 올랐다. 단적인 예로 이 기간 국민은행의 평균 금리는 3.60%에서 3.65%로 인상됐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강화 기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 관리 원칙을 내세우며 연일 가계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수십 차례 금리 인상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기간에 신규 주담대 취급액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2조 2000억원에서 568조 7000억원으로 약 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신규 주담대는 9조 6038억원에서 11조 4172억원으로 19% 급증했다. 이 기간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4대 은행의 대출 평균 신용 평점은 933.5점에서 941점으로 상승했다. 평균 신용 평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차주의 평점은 이보다 높은 점수에서 형성됐을 것으로 추측됐다. 즉 금리 인상 속 고평점 차주들을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 상승은 연체율 관리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실행일의 금리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신청한 차주들이 있는데 대출 취급시점에 금융채가 신청 시점보다 더 떨어져서 2%대로 취급된 계좌들이 나타났다”며 “원가는 대출실행일에, 가산금리는 대출신청 시점에 결정된다. 그 계좌는 6월 말부터 7월에 신청한 계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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