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소스전성시대다. 소스는 음식의맛을 배가시키는 액체 상태의 양념을뜻한다. 우리나라의 고추장이나 간장, 서양의 케첩이나 마요네즈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이러한소스가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로 등장하고있다. 맵고 자극적인 맛을 충족시키는불닭 소스부터 달짝지근한 맛을 더해주는 허니 소스, 칼로리부담을 낮춰주는 저당 소스까지 다양하다.
‘불닭소스’ 필두로 식품업계 소스 생산액 상승세
소스는 K팝, K콘텐츠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K푸드의 주요 소재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소스 맛에 흠뻑 취해 이러한 소스를 먹기 위해 음식을 찾기도 한다. 식품기업들이 자사 대표 브랜드를 소스로 개발해 상용화에 나선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소스 생산액은 2016년 1조 6,854억원에서 2020년 2조 296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현재 소스 마케팅이 한창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쏙 뺀 불닭소스가 그 주인공이다. 불닭소스는 앞서 지난 2017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이듬해 정식으로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이후 까르보불닭소스, 핵불닭소스, 불닭스리라차, 불닭마요, 불닭치폴레마요 등 불닭소스를 다양화했다. 소스의 쓰임새를 고려해 스틱형 불닭소스나 벌크형 불닭소스 등 포장과 제형도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불닭소스는 삼양식품 효자 품목으로 등극했다. 삼양식품 소스 매출액이 2021년 213억원에서 2022년 290억원, 2023년 381억원 등 매해 30% 이상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작년 기준 삼양식품 소스류의 국내 매출 비중은 58%이다. 나머지 40%가량이 미국, 중국, 동남아 등 전 세계 40여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삼양식품을 불닭소스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마트나 SPC삼립 등 동종업계와 협력을 강화했다. 불닭소스의 활용처를 넓히면서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핫소스 시장 규모는 355억원이다. 이 중 삼양식품의 불닭소스는 점유율 36.2%를 기록하면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도 소스 사업에 열을 올렸다. 교촌 시그니처 소스인 허니·레드·간장 소스를 유통 채널로 입점하면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교촌은 치킨 소스를 소재로 활용해 신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얻었다.
이에 소스를 활용한 치면(라면)과 치밥(치킨과 밥) 등을 개발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유통 채널인 이마트와 함께 판매망을 넓혔다. 교촌과 한국의 영어 앞글자 ‘K’를 따 ‘K1 소스’로 명명했다.
이색소스 개발도 한창… 맵파민·저당소스 등
K-소스 수출에 큰힘
식품업계도 이색 소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오뚜기는 우선 맵파민(매운맛과 도파민의 합성어)을 자극하기 위해 글로벌 핫소스 브랜드인 ‘타바스코’와 손을 잡았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스콜피온 고추를 듬뿍 넣은 ‘타바스코 스콜피온 소스’를 공개했다. 매운맛 측정 지수인 스코빌 지수가 최대 3만 3,000SHU에 달한다. 기존 ‘타바스코 핫소스’보다 10배 더 맵다.
오뚜기는 색다른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마라, 스리라차도 활용했다. 여기에는 산초의 얼얼함과 고추의 매콤함을 더해 마라의 매운맛을 배가한 ‘산초&고추’, 산초와 양파를 볶아 마라의 감칠맛을 살린 ‘양파&산초’, 태국풍 핫소스 스리라차를 활용한 ‘스리라차와 마요네스가 만난 매코매요’ 등이 있다.
반면 동원홈푸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거운 건강관리)’ 트렌드에 착안해 저당 소스에 집중했다. 밥상 단골 메뉴인 짜장, 짬뽕, 돈가스 소스의 당 함량을 낮춘 것이다.
특히 짜장, 짬뽕 소스는 100g당 당 함량이 각각 3g과 1g 수준으로 매우 낮다. 당 함량이 100g당 5g 미만이어야 표기할 수 있는 저당 기준을 만족한다. 돈가스 소스도 당 함량이 100g당 4g에 불과하다. 대체당인 알룰로스와 우스타소스, 사과농축과즙액 등 천연 감미료를 위주로 만들어 부담이 없다.
이밖에 하림은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통해 덮밥소스인 ‘한우소스’를 내놓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 카레, 불고기 소스 3종으로 구성했다. 국내산 한우와 채소로 소스를 만들었다. 나트륨 함량도 대폭 낮춰 아이들의 건강까지 담아냈다.
풀무원은 식물성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등을 출시하면서 비건 시장 선점에 나섰다. 동물성 원료인 계란을 일정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두분말이나 땅콩 등과 같은 식물성 소재로 소스를 개발했다.
소스는 K푸드의 부수적 소재에서 나아가 대표주자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스가 있어야만 음식의 맛을 돋우듯 소스 그 자체가 한식이라는 연구도 활발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은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의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식진흥원은 오는 12월 ‘우리 장 담그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한식진흥원은 한식의 원천이 소스에 있다면서 K소스를 해외로 수출하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제공 웰스매니지먼트(www.wealth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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