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 글 다시 올리네. 오늘도 내가 키우는 베일드 카멜레온 초록이(수컷) / 초롱이(암컷) 이야기를 하려고 해! 올해 3월에 데려와서 벌써 8개월 가까이 키우고 있는데, 처음에 데려왔을때는 손가락 두마디 크기도 안될 정도로 쪼꼬미 했는데 벌써 다커서 어제 처음으로 알까지 낳았어! (성체까지 성장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림) 여름 휴가 때에도 데려가서 같이 사진 찍고 했는데 시간 참 빨리 흘러갔네. 카멜레온은 성장이 빠른만큼 짝짓기 시기도 금방 찾아오는데 사진을 잘보면 몸에 노란색 반점이 올라온 모습을 볼 수 있어. 이 반점이 뜨면 암컷이 짝짓기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니까 수컷 성체랑 합사를 시키면 바로 메이팅(짝짓기)을 시작해. 만약에 저 배란색이 안떴는데 합사를 시켰다? 암컷이 하악질 하고 싸움나고 난리난다. 기본적으로 카멜레온 성체는 사육장 하나에 한마리만 사육해야 되는 독립적인 동물이야. 그래서, 대부분의 사육하는 사람들은 수족관 물고기처럼 눈으로만 보는 전시용 동물로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핸들링 자주 하면 나름 주인도 알아보고 입질도 안하고 먹이도 잘 받아먹음. 물론, 강아지처럼 애교 부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
그리고, 암컷과 수컷 모두 발정기에 들어서서 합사를 시키면 위 사진에서처럼 '합체'를 하는데, 대충 10~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메이팅을 진행하더라고, 주인 닮아서 그런지 정력이 넘치는 듯? 나는 메이팅을 1회만 시키고 다시 분리 사육 시켰는데 이게 제대로 수정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어쨌든 메이팅 이후 1개월동안 암컷 초롱이는 노란색 반점이 진해지면서 배가 불러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제대로 수정이 된 것 같기는 함. 카멜레온도 종류가 여럿이라서 어떤 종은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다는데 내가 키우는 베일드 카멜레온은 알을 낳는 종이야. 새처럼 메이팅을 안해도 일정 기간마다 무정란이라도 계속 낳는지, 아니면 메이팅을 안시키면 알을 낳지 않고 발정기 기간을 그냥 보내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 좀 부탁해. 암컷의 경우 산란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쓰다보니깐 수컷보다 수명이 2-3년 정도 짧다고 해.
나도 초보 집사라서 산란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참 고민이 많았는데, 파충류 사육하는 분들한테 질문도 많이 하고 도움도 많이 받으면서 준비해봤어. 메이팅 후에 1개월 정도 지나면 암컷 카멜레온은 사육장 바닥을 계속 돌아댕기기 시작하는데 이게 산란 시기가 찾아와서 산란 장소를 찾아 다니는 행동이라고 하네? 그래서, 급하게 부드러운 코코피트 준비해서 산란장을 준비해 봤는데, 얘가 잠깐 올라갔다가 쳐다도 안보고 계속 사육장 안을 돌아댕기더라고. 그래서, 알아보니까 사육장 너비랑 깊이가 너무 작으면 안된다고 해. 다이소에서 16L짜리 김치통을 추천한다는데 나는 깊이 30cm 정도되는 리빙박스가 있어서 이걸로 세팅했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코코피트 흙을 더 채워주고 물도 많이 넣어서 전체적으로 습기를 머금은 흙으로 만들어 줬어야 했는데 이 사실을 뒤늦게 아는 바람에, 초롱이가 흙을 팔때 더 고생한 거 같아. 흙에 수분이 모자르면 흙을 파도 금방 무너져 내리고 알을 낳을만한 습도 조건이 안되서 땅을 팠다가 메꾸는 걸 반복하는 일이 생겨서 곤란해. 어쨌든 뒤늦게나마 물은 부어주고 내가 구멍도 파주고 하니까 무사히 산란을 시작함.
카멜레온 산란 시간이 원래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침에 알을 낳기 시작해서 오후 늦게까지 흙 속에서 나오질 않더라고. 도중에 뭐가 잘못되었나, 혹시 죽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계속 마음고생 좀 했어. 오후에 보니까 알 낳은 후에 흙까지 다 메꾸고 있더라고. 알의 온도를 24~25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해서 온열램프를 키지 않고 있었는데 산란 끝나자마자 몸 따뜻해지라고 램프도 키고 주사기로 물도 줬어. 아, 깜빡하고 말 안했는데 메이팅 이후 1~2주 정도 뒤부터 암컷은 거식 증상이 오면서 산란 끝날 때까지 밥을 안먹어. 초롱이도 지금 밥 안먹은지 거의 3주가 되었어. 식욕이 왕성했던 앤데 물도 거의 안먹어서 주사기로 조금씩 흘려줘야 물이라도 마시더라구. 산란을 마친 오늘도 아직 밥을 안먹던데 빨리 식욕이 돌아왔으면 좋겠네.
오늘 찍은 사진이야. 알 숫자를 새보니까 본격적인 산란을 시작하기 전에 흘리듯이 낳은 2개의 석회화된 알을 제외하면 총 67개의 알을 무사히 산란 완료! 저 조그만 녀석이 이렇게나 많은 알을 낳을 줄은 나도 예상 못했음. 난 많아봐야 30개 정도일 줄 알았거든. 저렇게 많은 알을 낳고 나니까 배가 홀쭉해진게 바로 보일 정도야. 파충류 샵이나 전문 브리더들은 인큐베이터 기계로 알을 보관한다는데, 나는 그 정도의 금전적 여유는 없는지라 실온 인큐베이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앞으로 예상 부화기간 6개월동안 방 온도를 24~25도로 맞춰놓고 지내려고 해. 마침, 겨울 기간이라서 다행이네. 여름이었으면 온도 맞추기가 참 힘들었을 텐데 말이지. 다이소에서 구입한 반찬통에 축축한 질석을 베이스로 깔고 알을 세팅한 뒤에 보냉백에 넣어서 보관만 하면 끝! 1주일마다 알에 곰팡이가 폈는지, 질석이 마르지는 않았는지만 체크하고 이상 없으면 별도로 추가 세팅 없이 쭉 보관만 하면 된다고 하네?
마지막으로 수컷 초록이의 모습도 보여주면서 글을 마칠게. 얘는 내가 핸들링을 하도 자주 하다 보니까 사람한테 경계심 제로인 애야. 사육장 안이 답답한지 내 모습만 보이면 꺼내달라고 난리를 치는데, 그래서 집에 있을 때에는 그냥 방에 풀어놓고 키우는 중이야. 내 방 곳곳을 막 돌아댕길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한데 가끔 시선이 느껴지면 행거 꼭대기에서 내 모습 쳐다보면서 구경하고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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