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잘라주세요 사장님”… 외국인 근로자가 甲

사진=고용노동부

#. 세종에서 알루미늄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외국인 근로자만 생각하면 편두통이 밀려온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만큼 이들에게 급여를 제때 지급하고 여러 편의를 봐줬는데 1명이 돌연 급여 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단 이유로 태업을 하면서다. A 씨는 “요구를 거절하니 잔꾀를 부리는 등 아프다며 일을 하지 않고 누가 봐도 태업한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농어촌뿐 아니라 산업 현장의 국내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외국 인력이 많아진 만큼 적잖은 곳에서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사업장의 피해를 주는 불성실한 근로자를 제재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지난 2021년 15만 9000명에서 지난해 24만 7000명으로 55.3% 늘었다. 이처럼 국내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산업현장엔 국내인력보단 외국인 근로자가 늘었고 이들은 곳곳에서 핵심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단 것이다. E-9 외국인 근로자는 해고, 휴·폐업, 부당 처우 등의 경우에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는 더 나은 조건과 편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태업과 결근 등을 반복해 해고를 유도한다. 업주 입장에서 이들을 해고하고 싶어도 금세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해고를 단행하기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를 다시 구하려면 재신청 등 절차가 최소 6개월이나 걸려서다. 결국 적잖은 업주는 불성실한 외국인 근로자를 제재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가 대전, 세종지역 중소기업업체 1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역 외국인력 고용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력 활용 확대를 위한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71%)이 꼽혔다. 태업, 무단이탈 등 불성실한 근로자에 대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재윤 중기중앙회 대전세종본부장은 “외국인근로자 채용도 힘들지만 일부 불성실한 외국인 고용관리가 정말 어렵다. 불성실한 근로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장치를 마련하고 성실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장기근속 특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균형 있는 정책으로 우수인력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은 기자 [e-mail]